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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혜신의 그림에세이 <만만하지 않다>

2011-02-25 04:15:03, Hit : 2257

작성자 : 참샘









현재 평단과 관객 모두로부터 정상급으로 평가받는
한 영화감독은 집안 형편상 대학을 나오지 못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스펙이 중시되는 사회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가 겪어야 했던 가난과 차별, 설움이 어떠했을지 상상하는
일은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당시에 그는,
공부도 못하고 돈도 없는 자신 같은 사람은 조금 불편하고
고단하게 사는 게 당연하다고 여겼다네요, 먹먹하게도.

그러다가 차츰 이상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답니다.
가난하게 살고 재능 없는 게 죄가 아닌데 뭔가 부당하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거지요.
그런 처지일수록 차별받는 게 아니라 더 진심 어린 돌봄을
받아야 당연한 건데, 몰랐을 뿐입니다.

삶의 길목 길목에서,
위로받아야 할 순간에 자신을 탓하거나 내팽개쳐 두는 일도
그와 다르지 않다고 저는 느낍니다.
치명상을 입었는데 치료받을 생각보다 본인의 부주의를
탓하거나 더 급한 일이라도 있는 것처럼 상처부위를 방치하는
행위는 딱하고 안타깝습니다.

‘나’란 존재가 가장 손쉽고 만만한 상대라고 여겨져서 화살을
쉽게 그쪽으로 돌리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나’란 존재는 그렇게 만만하지 않습니다.
전문가적 경험에 의하면 그렇게 방치된 ‘나’는 언젠가는
반드시 합당한 대가를 요구합니다.
아무리 맷집 좋은 권투 선수도 경기 내내 잔 주먹을 맞다 보면
결국 무릎 꿇게 되는 것처럼요.

나를 만만하게 보지 말아야, 삶의 종결자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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