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는 왜 하나, 양심부재 선언인가
(서프라이즈 / 이기명 / 2009-09-20)
청문회는 왜 하나. 차라리 ‘대 국민 사기극’이라고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그럼 왜 혐오극이라고 하는가. 구토도 함께 느끼기 때문이다. 비단 이번 청문회만이 아니지만 역시 이번에도 변함은 없었다.
청문회에 출석한 내정자들에게 양심은 없었다. 왜 양심이 없다고 하는가. 양심이 있다면 저렇게 뻔뻔할 수가 없다. 완전히 포기한 인생 같다.
정운찬이 총리로 지명이 됐을 때 야당은 자기들 나름대로 반대이유가 있었겠지만 국민은 기대하는 것이 있었다. 존경받는 경제학자이자 서울대 총장을 역임한 지성인이 아닌가. 대선 때 마다 야당이 대권후보 영입 1순위로 꼽은 사람이 아닌가.
소신이 분명했고 대운하 문제에도 분명히 반대의사를 밝혔다. 대통령 대신 행사에나 참석하고 치사나 대독하는 총리는 아닐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이다.
싹이 노랗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했다. 세종시도 재검토를 한다고 한다. 이건 정말 아니다. 정운찬은 진짜 아니다.
총리내정이 됐다고 어쩜 이렇게 사람이 달라질 수 있단 말인가.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하는 고용총리라도 총리란 자리가 대권에 이르는 징검다리라고 생각했을까. 김치 국을 너무 빨리 마시는 것 같다.
왠 흠결이 그렇게도 많은가. 논문표절, 병역기피의혹, 부동산 관련의혹, 등등. 정운찬이란 인물을 놓고 볼 때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들이 몽땅 드러난다. 엉망으로 망가진다.
이쯤 되면 총리가 된다한들 무슨 일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 존경받는 학자에서 양심부재의 시중잡배 수준으로 전락하는 정운찬을 보며 인생무상을 느낀다.
‘세상에 흠결 없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 한나라당에서 하는 소리다.
맞다. 100% 흠결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눈 감아 줄 수 있는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럴 사람이 있고 못할 사람이 있다.
못 할 사람이 누군가. 어떤 이유로도 봐 줄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누군가. 법을 집행하거나 관장하는 사람이다. 대법관, 법무장관, 검찰총장이다. 이런 사람들의 위법 사실에 대해서는 그냥 넘어 갈수가 없다. 왜냐. 법은 사회질서를 지탱하는 기둥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이 법질서 확립이다. 이대통령 뿐이냐. 지도급 인사들은 입만 열면 법치를 강조한다. 옳고 지당한 말씀이다.
이귀남 법무장관 내정자는 청문회에서 ‘검찰의 제일 중요한 본연의 기능이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서슴없이 "법질서 확립"이라고 밝혔다. 정답이다. 그러나 정작 법무장관으로 내정된 자신은 어떤가. 대답해 보라. 법질서를 말 할 자격이 있는가.
'내정자는 과거에 위장전입을 하고 병역을 기피하고 탈세를 하고 공직자 재산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땅 투기를 하고 제자의 논문을 표절하고.’등등. 수도 없이 많다.
청문회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추궁이고 내정자들은 진땀을 뺀다.
듣기 민망한 질문들이 하나 둘이 아니고 잔등에서 식은땀도 나고 열이 뻗치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도 용케 참고 견디는 것을 보면 인내심도 대단하고 벼슬이란 것이 인내심을 키우는 원천인 모양이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때 한나라당은 서릿발 같은 잣대로 공직후보자들을 벌벌 떨게 했다. TV로 전국에 생중계 되는 가운데 발가벗겨진 체 만신창이가 되었다.
장상 장대환 김병준 이헌재 이기준 등은 지금 한나라당이 들이대는 잣대와 같은 이유로 낙마했다. 청문회 잣대는 손오공의 여의봉인가. 늘었다 줄었다 마음대로인가. 한나라당은 만세를 불렀다.
이명박 정권이 탄생했다. 문민정부와 참여정부 때 청문회에서 서릿발 같은 추궁으로 수많은 내정자를 낙마시켰으니 이명박 정권에서 낙마하는 결격자는 안 나오겠지. 그래야 옳았다. 국민의 기대가 지나친 것이 아니다.
헌데 다시 거론만 해도 구역질나는 ‘고소영 강부자’ 내각이 도마 위에 오르고 낙마한 내정자들이 수두룩했다. 역시 별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한 말일까.
청와대의 2인자. 청와대 대통령실장이 말했다.
“상당히 많은 부분을 알고 있었다. 저희는 이 정도면 괜찮지 않나 하고 생각했다”
대변인이란 인물도 한 마디 거들었다.
“웬만한 문제들은 다 확인했다. 그러나 국무위원으로 활동하는 데 결격 사유가 될 만큼 중대한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알고도 넘어 갔다는 말이다. 이걸 말이라고 하는가. 법을 어기면 범법자다. 범법자는 처벌 받는다. 도둑질 하면 처벌 받는 것이나 위장전입 하고 처벌 받는 것이나 같다. 이것이 중대한 문제가 아니란 말인가.
법정에서 ‘위장 전입한 죄’로 처벌을 받은 범법자가 항의를 한다.
‘대법관도 위장전입을 하고 법무장관도 검찰총장도 위장 전입을 했는데 왜 그들은 처벌을 안 하는가’
검사나 판사나 대답을 해야 할 것이 아닌가. 이래서는 죄 진 국민이 승복을 못한다. 죄를 짓고 승복을 못하는 사회가 어떤 사회인가. 야만의 사회다.
김준규 검찰총장과 민일영 대법관이 청문회 에서 위장전입이 드러났고 시인도 했다. 그대로 임명됐다. 이것이 청문회에 현주소인 것이다.
왜 청문회를 하는가. 흠결이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그냥 하나의 요식행위로서 청문회를 한단 말인가. 국민은 기가 막히다. 이렇게 국민을 농락할 수 있단 말인가.
국민과 무슨 원수가 졌기에 이렇게 약을 올린단 말인가. 다시는 국민에게 법을 지키란 소리는 못할 것이다.
가관인 청문회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여기서 분명히 집고 넘어가야 할 일이 있다. 언론의 자세다. 쇠귀에 경 읽기지만 다시 말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때 조중동은 어땠는가. 지금은 어떤가.
사람도 아니다. 언론이기를 포기한 것은 이미 오래전이지만 이제는 인간이기조차 포기한 것 같다. 역사를 두려워하기 이전에 국민의 심판을 두려워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이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무슨 도덕성을 기대하는가. 대통령 자신부터가 많은 도덕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자리에 오르지 않았는가.
도덕성 문제 쯤 우습게 아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도덕성은 정치의 근본이다. 도덕적 뒷받침이 없는 정치는 모래위에 성 쌓기다. 가장 근본적인 것을 무시하면 결과가 너무나 무섭다.
국민쯤이야 하고 코웃음 칠지 모른다. 그러나 아니다. 국민은 양처럼 순하고 착한 것 같지만 잘못 생각했다. 후회할 날이 온다. 그러나 그 때는 늦는다.
정운찬 총리 지명자에게 마지막 조언을 하고 싶다. 스스로 사퇴하는 것이다. 그러면 산다.
‘이렇게 흠결이 많을 줄은 나도 몰랐다. 모두 내 탓이다. 총리후보를 사퇴한다.’
헛소리를 한다고 웃겠지. 그래 웃어라.
2009년 9월 20일
(cL) 이기명 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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