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북단에 주둔 중인 해병대 초병들이 지난 17일 새벽 우리 민항기를 북한 공군기로 오인해 총격을 가한 사건이 발생했다. 비행기가 유효 사거리 밖이어서 피해는 없었으나, 자칫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사고였다. 남북 간 군사적 긴장관계가 지속되면서 ‘선(先)조치, 후(後)보고’ 지침을 강조한 것이 오인사격의 원인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해병대 관계자는 “17일 새벽 4시쯤 인천시 강화군 교동도 남쪽 해안에서 경계를 서던 해병 2사단 5연대 51중대 초병 2명이 남쪽 주문도 상공을 비행하는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를 향해 K-2 소총으로 10분간 대공 경계 사격을 했다”고 19일 밝혔다.
해안가 초소에서 경계근무를 서던 이들 초병은 개인화기인 K-2 소총으로 민항기를 향해 공포탄 2발을 포함해 총 99발을 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초병의 보고를 받은 해병 2사단은 즉각 대공화기 사격태세를 갖추고 비행기를 추적하는 동시에 공군에 항적 확인 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초병은 상병과 이병 2인 1조로 북한에서 비행기가 오는지 감시하고, 경고한 뒤 상급부대에 보고하는 임무를 맡아왔다. 초병들은 군 조사에서 “미식별 비행기가 7~8㎞ 전방에서 나타나 경고사격을 한 뒤 곧 지휘부에 보고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청두에서 승객 110명과 승무원 등 119명을 태운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는 당시 인천공항에 착륙하기 위해 고도를 낮춘 상태였으며, 군이 오인사격하던 때 5000피트(1524ｍ) 이상의 고도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 조사 결과 해당 항공기는 항로를 이탈하지 않고 정상 운항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군 관계자는 “조사 결과 초병들이 사격하던 곳에서 비행기는 13㎞ 이상 떨어져 있었다. 당시 비행기는 정상 항로로 운항 중이었다”고 전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공군과 공항관제소를 통해 항로 이탈 같은 특이사항이 없었음을 확인했다”면서 “초소와 비행기 간 거리가 워낙 떨어져 승무원과 승객 모두 총격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고 전했다.
군사전문가들은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즉시 대응’을 강조한 것과 이번 사건이 무관치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현장에서 치밀한 정보 판단을 하기보다는 ‘일단 쏘고 보자’는 의식이 만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김종대 D&D포커스 편집장은 이번 사건이 서북도서방위사령부 창설 이틀 만에, 또 북한이 사령부 창설에 반발하고 군이 이에 대응해 경계를 강화한 시점에 일어났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위기관리의 핵심은 사격 통제”라며 “국방부가 ‘선 조치 후 보고’를 강조했을 당시부터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했다”고 말했다.<경향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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