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에 대한 '광고끊기운동'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MBC '뉴스후'의 작가까지 출국금지 조치했다고 한다.
이 작가는 7월 5일에 방영된 ‘조중동 대 네티즌’편의 취재를 위해 관련 카페에 협조를 요청했다고 한다. 일부 게시글의 경우 운영진이 아니면 열람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카페측은 그 작가를 임시 운영자로 만들어줬다고 한다.
그로 인해 검찰에 의해 운영자로 간주돼 출국금지 조치를 당했다는 얘기다. 물론 이건 실수일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어떻게 이런 실수가 가능했느냐는 거다.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우리는 수많은 헐리우드 영화를 통해 알고 있다. 어떤 사람을 사법처리하기 위해서 공권력이 얼마나 노력을 기울이는지를. 때로 ‘열혈남아’인 영화 주인공들은 그 절차를 참지 못해 자신의 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대부의 마피아는 공권력의 도움 없이 자신들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한다. 직접적인 폭력이다.
그러나 공권력의 행사는 마피아나 열혈 영화주인공과는 다르다. 왜냐하면 공권력은 한 국가에서 무한한 폭력의 주체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마구잡이로 사용되면 국민의 안위를 담보할 수 없게 된다.
브라이언 드 팔마의 영화 ‘언터쳐블’은 갱단 괴수인 알 카포네를 사법처리하기 위한 공무원들의 지난한 노력을 그린 작품이다. 거기서 공무원들은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목숨을 건다. 알 카포네가 갱단 두목이란 걸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명명백백한 증거가 없으면 처벌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 것이 공화국의 법질서다.
봉건시대 같으면 간단하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 한 마디면 모든 게 끝난다. 고문하고 자복하면 처벌한다. 공화국은 원칙적으로 자복해도 증거로 인정하지 않는다. 공권력이 폭력을 써 자복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객관적이고 움직일 수 없는 명명백백한 증거만이 공권력이 개인에게 적용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출국금지는 저강도 사법처리다. 출국금지를 당한 사람은 개인적으로, 혹은 일 관계로 중대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그러므로 감옥에 보내는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출국금지 조치 정도를 하는 데도 공권력은 신중해야 한다. 왕조시대 의금부, 포도청이 아닌 이상 마구잡이로 인신의 자유를 침해해선 안 된다.
임시로 운영자가 된 방송작가까지 출국금지를 당한 것으로 검찰의 수사가 지금 얼마나 마구잡이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네티즌에 대해 ‘괘씸죄‘를 적용, 인권을 도외시하고 있는 건 아닌가?
죄가 명백히 증명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수사과정에서 당할 불이익만으로 간접적으로 처벌하려는 의도까지 읽힌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묻지마’식으로 출국금지 조치를 남발할 순 없다.
7월 15일에 농심의 손욱 회장이 ‘검찰이 네티즌을 고소할 것을 권유했다’고 폭로했다. 검찰이 농심을 찾아가 ‘왜 고소하지 않느냐’, ‘왜 협조하지 않느냐’라며 고소를 종용했다는 보도까지 있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현재 ‘방문은 했지만 고소를 권유하진 않았다’라는 입장이라고 한다.
농심 측의 말이 사실이라면 검찰은 지금 사실을 밝히고 국민주권원리를 세우기 위해 수사하는 것이 아니라, 네티즌들을 처벌하고 위축시키려는 목적으로 수사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것이 이명박 대통령이 말하던 법질서의 정체인가?
검찰은 조중동 광고중단운동과 관련해 네티즌들의 사무실과 집도 압수수색했다. 국민의 광고중단운동이 얼마나 불법적인지, 얼마나 사회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지도 아직 이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 하재근 칼럼니스트
그것이 선인지 악인지에 대한 합의조차 없는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검찰의 전격행동은 정말 이상하다. 영화 ‘언터쳐블’에선 모두가 알 카포네가 악이라고 합의했고, 심각하고 시급한 위협이라고 인식했으며, 모두가 알 카포네의 정체를 알았지만 처벌을 섣불리 하지 못했다.
우린 애매모호한 상황에서 검찰이 방송작가까지 마구잡이로 출국금지시킬 정도로 공격적이다. 공화국의 검찰이 아니라 포도청이나 의금부를 떠올리게 한다. 왕조시대 때 대역죄가 걸리면 의금부는 전격적으로 행동에 나섰다.
이번에 네티즌들은 조중동을 건드렸다. 네티즌은 곧 국민이다. 즉 한국의 주권자다. 이들에 대한 검찰의 태도를 보면 우리나라의 진정한 주권자가 누구인지 궁금해진다. 조중동을 건드리면 묻지마 전격행동에 나서는 검찰? 그렇다면 이 나라의 진짜 주인은 누구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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