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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병찬 칼럼] 김이태 연구원, 별은 빛나는가

2013-01-24 05:03:33, Hit : 6225

작성자 :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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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가 있고 가야만 하는 길의 좌표를 읽을 수 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별빛이 그 길을 환히 밝혀주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시대의 하늘에 먹장구름이 드리울 때마다 떠오르곤 하는 죄르지 루카치의 한마디다.






곽병찬 논설위원

“저는 국토해양부의 연구과제를 수행하는 사이비 과학자입니다. 매우 소심하고 마음 약한 사람입니다.” 이렇게 운을 뗀 그의 양심선언은 과연 시작부터 소심했다. “이 얘기를 올리는 것만으로도 보안각서 위반이기 때문에 불이익과 법적 조처, 국가연구개발사업 자격이 박탈될 것입니다.” 그런 그가 용기를 냈던 것은 “국토의 대재앙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그리고 “아들딸 보기 부끄러운 아빠가 되지 않기 위해서”였다. “제대로 된 전문가라면 (4대강 정비사업으로 포장된) 운하 건설로 인한 대재앙은 상식적으로 명확하게 예측됩니다.”

그 선언은 어둠 속 별이 되었다. 하지만 루카치의 말처럼 그는 홀로 된 영혼이었고, “(그는) 천상의 별을 형제로 가질 수 있지만, 지상의 동반자를 가질 순 없”었다. 화가 반 고흐가 그랬고, 시인 윤동주가 그랬다. 생레미 요양원에서 그린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은 별마저 고독과 불안에 떨고 있다. 윤동주는 그 높고 크고 거룩한 뜻으로 말미암아 그가 헤던 별처럼 더욱 고독해야 했다.

그는 차단되고 그에게는 협박과 정신적 테러가 이어졌다. 국정원 조사까지 받은 것은 약과였고, 중징계(정직 3개월)는 시작이었다. 인사평가 최하위의 굴욕이나 연구과제에서의 배제 역시 버틸 만했다. 하지만 사랑하는 동료들을 팔아 궁지로 몰아넣는 상급자의 저주는 그의 가슴을 후벼팠다. 그들은 심지어 대운하 양심선언이 잘못된 생각에서 나온 판단이라는 해명서를 게시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영혼을 저잣거리에 버리라는 것이었다. 사퇴 압박이 뒤따랐지만, 파면당할지언정 사직은 하지 않겠다고 버텼다. 그의 동료들을 들들 볶는 것은 더 비열했다. 징계를 위한 인사위원회 개최를 막았다고, 심지어 노조 창립 기념식을 천안함 추모 기간에 열었다는 이유까지 들어가며 노동조합 지부장을 파면하고 사무국장을 중징계 처분 하기도 했다. 법원 판결로 무효가 되긴 했지만, 그를 보호하려던 노조 조합원들은 승진·전보 등 인사상의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다. 그 결과 92%에 이르렀던 노조 가입률은 불과 2년여 만에 18% 정도로 떨어지기도 했다.

그의 곁에 노조가 있고, 누리집엔 김이태 지키기 카페도 등장했지만, 홀로 정권에 맞선 데 대한 책임은 온전히 그의 몫이었다. 그의 아내는 이런 글을 누리집에 올렸다. “일을 시작하고부터… 헛소리에 밥 먹는 것도… 거부. 밤마다 헛소리하는 남편의 잠꼬대 소리로… 가슴이 철렁. 이후 뼈만 앙상하게 남아 있는 남자.” 일하다가 맨홀 뚜껑에 엄지발가락 윗부분이 절단되어 목발을 짚고 다녀야 했는데도 산재 처리도 못했던 그 남자는, 어느 겨울날 거리를 헤매는 치매 노인을 집으로 모셔와 한 이불 덮고 잤던 인물이었다. 그 누이가 카페 회원들에게 ‘벌벌 떨리는 손으로 쓴 감사의 글’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가족도 겁이 나서 오빠에게 제대로 연락도 못하고 인터넷에 지지 글이나 서명도 못했습니다.”

계몽은 집단적 욕망 앞에서 빛을 잃고, 이성은 권력의 발바닥이나 핥고, 영혼은 누더기가 되어 버려졌던 시절, 온통 먹구름이 하늘을 가렸지만, 그의 양심은 별이 되어 가야 할 길, 갈 수 있는 길을 일러줬다. 그는 수난을 당했지만, 가슴만 끓이던 이들은 그 마음에 별과 양심의 기억을 하나씩 간직할 수 있었다. 엊그제 정권 이행 과정에서야 감사원이 돌연 4대강 사업의 재앙의 가능성을 인정했다. 흘러가는 먹장구름 사이로 문득 별빛 하나 천강을 밝힌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창공의 먹구름이 걷힌 것은 아니다. 차기 정권은 더 크고 짙은 먹구름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별빛이 가려질 뿐, 별은 사라지지 않는다. 빛나는 양심 또한 그렇다. 김 연구원, 안녕하신가. 별은 빛나는가?

곽병찬 논설위원  <한겨레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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