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의 중심은 어디인가. 배꼽도, 머리도, 심장도 아니다. 가장 아픈 곳이다. 손가락을 조금만 다쳐도 온 정신이 그리 쏠린다. 이는 뇌가 아픈 곳을 중심으로 작동함을 의미한다. 뇌는 몸이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범위에서 우선 아픈 곳에 집중한다. 그곳의 신경이 활성화하여 아픈 상황을 뇌로 알리면, 뇌는 백혈구를 동원해 세균을 퇴치하고 헐어버린 조직을 수리하고, 더 많은 산소와 영양, 복원세포를 동원하여 새살이 돋게 한다. 그리하여 몸은 건강을 되찾는다.
한국 사회의 가장 아픈 곳은 비정규직과 정리해고의 현장이다. 860만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 속에서 같은 일을 하고도 절반의 임금만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 쌍용자동차는 회계조작을 하여 2646명을 정리해고했고, 이에 항의하는 이들에게 국가는 적에게나 행하는 폭력을 휘둘렀다. 실제로 그들 중 절반이 전후 병사들이 겪는 외상후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이것과 생계위기, 절망감 속에서 벌써 23명이 죽었다. 김정우 쌍용차 지부장은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41일이나 단식을 하다가 결국 병원으로 실려 갔다. 그제 새벽에는 한상균 전 지부장을 비롯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평택공장 앞 송전탑에 올라 고공농성을 단행했다. 현대자동차도 울산공장 앞 송전탑에서 고공농성한 지 한 달이 넘었다. 몇몇 곳을 돌아보니 기륭전자, 한진중공업, 재능교육, 유성기업, 콜트콜텍 등 언론에 오르내린 곳은 말할 것도 없고 곳곳이 쌍용자동차와 유사한 현장이었다. 지금 기층민중은 생존 위기에 놓인 채 자살의 유혹과 싸우고 있다.  
작은 상처라도 곪으면 큰 병이 되고, 그 몸을 죽게 한다. 비정규직 문제는 이미 한국 사회 전체를 사망에 이르게 할 정도의 모순이다. 그럼에도 치유 시스템은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 자본과 권력의 카르텔이 이들을 ‘힘없는 소수’라고 간주하고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최소한의 산소와 영양과 세포마저 차단한 채 모든 것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자고 하면, 혹자는 좌파적 발상이라거나 기업이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위기에 놓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 언론이 매출액 기준 상위 30개 기업을 대상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때 소요되는 비용을 조사한 결과, 추가 비용은 7900억원이었다. 이는 해당기업이 지난해 올린 당기순이익 49조7000억원의 1.5%에 지나지 않는다. 업종, 기업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기업이 번 것의 1.5%만 투자하면 860만명의 비정규직과 그 가족이 모두 행복해질 수 있다. 그럼에도 기업은 이를 묵살하고 있다.
이 나라에서 1000만명 이상의 국민들이 극도의 생존위기에 놓인 문제인 만큼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국가도, 대선 후보도 정당성을 갖지 못한다. 박근혜 후보가 쌍용자동차의 국정조사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사회통합과 경제민주화를 내세우는 것은 국민에 대한 기만이다. 야권 후보도 국정조사를 성사시키고 실질적인 대안을 내놓지 않는 한,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싸이의 시청 앞 광장 공연에 8만명의 대중이 모였다. 그 자리엔 쌍용자동차 분향소와 재능교육 농성장이 있었건만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무대에 올라 외치고 싶었다. “바보들아! 너희 모두 비정규직과 정리해고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단 말이야!”라고. 대중이 약자의 고통에 공감하는 것이 바로 정의이며 나를 살리는 길이라는 각성을 하고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연대한다면, 세상은 바뀔 수 있다. 아픈 자만이 그 고통을 헤아리고, 치유책도 안다. 대선 국면에서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연대하여, 국정조사와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압박한다면, 대한민국이란 몸은 다시 건강해질 것이다.<경향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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