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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유와 성찰]그래! 다시 한번 /박구용 전남대 교수·철학

2013-01-05 08:28:53, Hit : 3588

작성자 : 운영자
- Link #1 : khan_art_view.html?artid=201301042056085&code=990100

끔찍한 비상상황이다. 그렇다고 지금의 사태가 갑자기 찾아온 예외적인 상태는 아니다. 벤야민의 말처럼 바닥에 때려눕혀진 사람들, 수렁에 빠질 위협에 노출된 사람들에게는 삶 자체가 언제나 비상사태다. 그러니 냉소와 자학을 멈추고 그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다시 보아야 한다. 더구나 짓밟힌 사람에겐 짓밟은 이에 대한 증오나 응징보다 제 발로 일어서는 것이 먼저다.

87년 체제가 들어서기 전에 진보와 보수가 맞짱을 뜬 경우는 없었다. 맞대결을 할 만큼 진보 세력이 크지 못했으니 선거판은 항상 수구와 보수의 대결로 짜여졌다. 87년 이후 노동운동과 시민운동이 활성화되면서 진보가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에 맞서 수구와 보수는 3당 합당으로 35%의 콘크리트 지지층을 구축함으로써 네 번째 권력을 장악했다. 진보 역시 20% 내외의 굳건한 지지층을 기반으로 개혁적 중도나 계산적 보수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두 번 이겼다.






두 번의 승리가 기적이었다지만 그 열매가 탐탁지 못했다. 무엇보다 진보가 집권하면 청소년과 여성 그리고 노인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가 살 만한 세상이 온다는 확신을 주지 못했다. 나아가 추락과 몰락이라는 항구적 불안에 시달리는 중장년층과 중산층에게 진보가 지속 가능한 성장과 경제적 안정을 보장한다는 신뢰도 주지 못했다. 그러니 어쩌면 48%의 유권자가 진보·개혁을 지지한 이번 선거는 패배가 아니라 희망의 신호다. 외면당한 자들이 스스로 일어나 새 판을 짠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절망을 퍼 나르는 자들이 많다. 표계산에만 몰두하는 정치공학자들은 이념과 정책보다 지역과 세대를 중요 변수로 친다. 맹목적으로 여론조사를 뒤쫓는 정치꾼들은 정당보다 인물 중심으로 헤쳐모여를 종용한다. 순수성 경쟁에 파묻힌 사이비 진보는 동지를 늘리는 것보다 쪼개는 것에 여념이 없다. 이들에 의해, 이런 논리로 더 이상 휘둘리지 않으려면 진보·개혁을 재구성해야 한다.

진보·개혁은 먼저 자신의 편견과 무기력을 타인의 탓으로 돌리는 투사(projection)를 멈춰야 한다. 그러니 수구·보수를 더 이상 악으로 폄하해선 안된다. 악을 물리치겠다는 적개심으로 규합할 수 있는 유권자는 20~30%뿐이다. 대구의 80%와 광주의 90% 사이의 질적 차이를 논할 필요도 없다. 이유야 어떻든 ‘묻지마 지지’는 논리로 바뀌지 않는다. 타락과 변절이 아니라 전략적 선택을 했을 뿐인 베이비붐 세대를 질타해서도 안된다. 버거운 짐을 진 이 세대도 곧 사회적 약자인 노인이 된다. 약자를 따돌리는 진보가 아니라 그들의 짐을 덜어주는 진보가 필요하다.

새로운 진보·개혁은 지는 것부터 배워야 한다. 이기기 위해 가운데로, 심지어 오른쪽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해묵은 논리는 역으로 보수의 가치만 부풀린다. 지더라도 진보의 가치인 공정한 경쟁과 정당한 분배, 풍성한 자유와 건강한 평화의 틀을 활성화해야 이길 수 있다. 진보·개혁은 가르치는 선생의 태도도 버려야 한다. 몰라서 못 배워서가 아니라, 못 가져 못 미더워 진보를 외면하는 사람들과 문화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먼저다.

보수는 항상 구체적으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시장은 공정하다. 자유는 책임이다. 세금을 줄여야 부자가 된다. 부자증세가 집값을 떨어뜨린다. 주식 떨어지면 나라 망한다. 국력이 평화고 안보가 통일이다. 사랑의 매도 교육이다. 1등이 정의다.” 이처럼 보수의 성장주의는 감성적으로 도덕주의와 뒤엉켜 있다.

보수는 또한 자신들이 폭력과 억압의 가해자가 아니라 희생자인 것처럼 위장한다. “노조가 사유재산을 파괴한다. 파업 때문에 서민들만 힘들다. 전교조가 내 자식을 망친다. 북한에 퍼주느라 서민들을 죽인다. 좌파 복지는 세금폭탄이다.” 이와 같은 희생 담론은 왜 사회적 약자가 보수를 지지하는지 말해준다. 그러니 바로 그 지점에서 진보·개혁은 박정희의 ‘마이 홈, 마이 카’에 대적할 수 있는 매력적인 꿈, 예를 들어 ‘자궁에서 천당까지’와 같이 홀로 독식이 아니라 서로 키우는 실천적 긍정의 꿈을 다시 꾸어야 한다. 그래! 이제부터 제대로 맞짱 뜨자.
<경향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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