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내 고엽제 무단매몰 파문이 커지면서 보수정당이 가세하고, 정부도 조사과정에서 미비점이 나타날 경우 보완대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SOFA 개정 문제는 되돌리기 어려운 궤도에 들어선 흐름이다. 그만큼 협정의 주권 제약적 불평등 요소가 크고, 환경문제의 경우 협정 당시와 지금 상황이 크게 달라져 조정이 필요하다는 공감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외교통상부 조병제 대변인은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고엽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현행 한·미 SOFA에 미비하거나 부족한 점이 있을 경우 보완하거나 고칠 필요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 대변인은 “양측 간 공동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최대한 이른 시간 내 필요한 (후속)조치들을 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한나라당 이명규 원내수석부대표는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1967년부터 운용된 SOFA는 시대상황이나 한·미 간 협력, 안보여건 등을 고려해 필요에 따라 보완해왔다”면서 “한·미 합동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SOFA 개정 문제 등 후속조치를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SOFA 환경분과위 ‘캠프 캐럴’ 고엽제 매몰의혹 조사를 위해 26일 서울 용산 미군기지에서 열린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환경분과위원회에서 이호중 환경부 토양지하수과장과 버츠마이어 주한 미군사령부 공병참모부장이 악수하고 있다. |환경부 제공
보수성향의 자유선진당도 “환경문제는 인류 공통의 과제인 만큼 SOFA를 개정해 주한미군에 환경오염 책임을 물어야 한다”(임영호 대변인)고 가세했다. 앞서 민주당·진보정당의 SOFA 개정 요구를 감안하면 여야, 진보·보수를 떠나 정치권이 SOFA 개정 문제를 합창하고 나온 것이다.
이와 함께 녹색연합·환경운동연합·참여연대 등 진보성향 시민단체들은 이날 한·미 공동조사단이 꾸려지는 수준을 보고 정부의 의지를 확인한 뒤 대응수위를 마련키로 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SOFA 개정 목소리는 협정 내 ‘환경분쟁 처리 절차’가 철저히 미군에 유리하게 돼 있고, 주권국 권리를 제약하는 불평등 구조로 돼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조사권의 제약과 모순이 크다. SOFA에 따르면 미군기지 내에서 발생한 환경오염의 경우 우리가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하지만 이번 고엽제 파문에서도 보듯 미군기지 내 오염이 문제되는 것은 기지 밖으로 유출돼 우리 국민의 건강권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다. 또 오염된 기지를 두고 미군이 이전할 경우 치유 책임을 한·미 양국 중 누가 져야 하는지도 모호하다.
실제 한·미는 환경분쟁이 발생할 경우 2001년 작성한 ‘환경보호에 관한 특별양해각서’에 근거해 조정하게 된다. “미국은 한국의 환경정책을 존중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인데 2000년 미군의 한강 독극물 방류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 만들어진 조항이다.
하지만 한·미 합동위원회를 열어 ‘합의’하도록 한 조건이 발목을 잡고 있다. 미군은 분쟁 원인 조사에 대부분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어 양해각서는 ‘구속력’ 없는 선언적 조치에 그치는 상태다.
또 양해각서의 연장선에서 2003년 만든 ‘환경오염 조사 및 치유절차’는 한국에 반환되는 미군기지의 오염조사와 치유비용을 미군 측이 부담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 역시 강제사항이 아니다. 2007년 오염실태조사에서 이미 반환된 미군기지의 80%가 오염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원인자 부담 원칙’은 적용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대등한 ‘조사권 지위 확보’를 핵심으로 보고 있다. 한국외국어대 이장희 교수는 “한국이 주도해서 미군의 환경오염 문제를 조사하고 감독하면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동시에 미군이 오염을 제거하고 보상해야 한다는 의무도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녹색연합 정인철 평화행동국장은 “미군기지에 대해 수시로 오염현황을 진단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직접 조사관이 보장된 독일식 ‘보충협정’ 수준으로 SOFA가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