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의 ‘국방개혁 기본계획 보완 방안’과 ‘군 상부지휘구조 개편안’이 한국군의 ‘전시 편제’를 고려하지 않아 국가의 자주권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국방부는 3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군 상부지휘구조 개편 등을 포함한 국방개혁 기본계획 보완 및 국군조직법 개정계획 등을 보고하고, 오는 6월까지 개편안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유사시 주한미군사령관 지휘받는 육·해·공군 참모총장 = 개편안에 따르면 육·해·공군 본부와 각 군 작전사령부(군사령부)는 통합되고, 육·해·공군 참모총장이 작전부대를 지휘하는 각 군 사령관을 겸임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개편안이 적용되는 2013년부터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이 한국군으로 이전되기 전인 2015년 12월 이전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경우 육·해·공군 참모총장은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아닌 주한미군사령관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 한반도 전쟁 발발 시 한국군의 작전지휘권은 한·미연합사령관인 주한미군사령관이 갖게 되기 때문이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3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정지윤 기자
현재는 전시에도 각 군 작전사령관만 한·미연합사령관의 지휘를 받을 뿐, 인사·군수 등 군정권을 갖고 있는 육·해·공군 참모총장은 연합사 지휘라인에서 벗어나 있다.
국방부는 한반도 유사시 합참 작전본부장의 역할을 하는 육·해·공군 참모들이 각각 연합군사령부의 지휘를 받는 체제로 만들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같은 계획은 군 상부지휘구조 체계를 왜곡하는 것은 물론 전시 작전의 효율성도 크게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 ‘통합병’ 걸린 국방개혁안 = 국방부는 육·해·공 3군 합동성 강화를 내세워 육·해·공군 사관학교와 육군 3사관학교, 학생중앙군사학교(ROTC), 간호사관학교 등 6개 군 교육기관의 소위 계급장을 달아주는 임관식을 4일 계룡대 연병장에서 합동으로 치른다.
이들 예비 소위들은 이미 지난달 25일 졸업식을 마친 상태로 임관식을 위해 계룡대로 다시 이동해야 한다. 졸업식과 임관식을 별도로 치름으로써 시간과 비용이 이중으로 더 들게 된 것이다. 게다가 육·해·공군 본부는 초임장교 5400여명과 가족 3만여명이 계룡대로 몰려오게 되자 임관식이 열리는 4일 임시 휴무토록 지시했다.
군 관계자는 “졸업식과 임관식의 별도 실시는 3군 학교 통합도 하지 못한 국방부의 면피성 보여주기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국방부는 또 유사 중복기능 통폐합 차원에서 각 군 직할부대 대부분을 국방부 직할부대로 통합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 경우 조직 비대화로 인해 국방장관의 통제능력 범위를 초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합동성 강화를 위해 통합이 필요한 육·해·공군 교육사령부는 놓아둔 채, 각 군 군수사령부를 국군군수사령부로 통합하기로 한 것은 문제로 지적된다. 물자 보급은 물론 지상장비와 함정, 항공기 정비까지 각각 해야 하는 각 군의 특수성을 무시하고 전투력 향상에도 역행하는 통폐합이라는 것이다.
◇ ‘8·18 계획’의 전철을 밟는 국방개혁안 = 국방부는 육·해·공군의 합동성 강화를 위해 합동군사령관을 신설하려던 계획을 백지화했다. 서북해역 전체를 관할하는 합동군 성격의 ‘서북해역사령부’ 창설 계획도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북 5개 도서만을 방어하는 해병대 중심 사령부로 대폭 축소키로 했다.
합동군사령관 신설 계획이 위헌 논란으로 백지화된 것은 1990년 만들어진 군 개혁안 ‘8·18 계획’ 당시 국방참모총장 신설안이 무산된 것과 비슷하다. 이번 국방개혁 기본계획은 ‘8·18 계획’을 사실상 본뜬 것이란 비판을 받아왔는데, 결국 원안이 좌초한 과거 전례까지 따르게 된 셈이다.<경향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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