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 평화재향군인회(가칭), 평화군인사랑회::

 
 
 
 
 
 
 

HOME > 게시판 > 평군대문글



 [세상 읽기] 더 오랜 과거에는 아무도 살지 않는다 / 장덕진

2013-02-04 07:29:47, Hit : 4670

작성자 : 운영자
- Link #1 : 572518.html

돌이켜보면 박근혜 당선인의 리더십이 힘을 발휘했던 것은 벼랑 끝에 섰을 때였다. 천막 당사로 다 죽어가던 한나라당을 살려낼 때도 그랬고, 대부분의 선거전문가들이 민주당 승리를 예측했던 4·11 총선 때도 그랬다. 그의 지지자 입장에서 보면 그는 탁월한 지도자요 구원자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위기가 아닌 정상 상황에서의 그는 뛰어난 성과를 보여주었다고 말하기 어렵다. 한 예로 나는 국회의원들의 법안 발의 및 표결 자료를 분석하여 몇 편의 논문을 쓴 적이 있는데, 박근혜 의원을 분석 대상에서 제외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본회의에 출석하지 않거나 기권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서 과학적 분석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숫자를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통상적인 의정활동 평가기준으로 본다면 그는 분명히 하위권에 속했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의원으로서의 일상적 업무영역에서 좋은 성과를 보이지 못했던 그가 위기에서 유독 탁월한 성과를 낸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이것은 그가 아주 뛰어난 방식으로 독점하고 있는 우리의 과거에 대한 이미지와 연관되어 있다. 경제성장과 독재, 국가안보의 절대적 필요성과 그것을 빌미로 한 인권유린이라는 애증의 교차 속에서 그는 지나간 시절이 좋았다고 말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지도자가 되었다. 그가 내일로 가자고 말할 때, 종종 그 내일은 새롭게 포장된 과거였을 뿐이었다. 하지만 과거를 아름답게 추억하고 그 모든 추억을 박근혜라는 한 개인에게 투사해서 바라보는 이들에게 그것은 거역할 수 없는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그는, 우리가 이제는 그만 과거와 결별하려고 할 때마다 한국 사회를 그 자리에 붙잡아두는 구실을 해왔다. 한국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려고 할 때마다 그것은 어두운 과거의 끝자락을 붙잡고 있는 세력의 위기였고, 과거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한 개인으로서 독점하고 있는 그는 탁월한 위기의 지도자가 될 수 있었다.

이제 그는 당선인이 되었고, 조만간 대통령이 될 것이다. 이제 그가 가장 잘 해결해왔던 종류의 위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 사회를 더 좋게 만들려는 노력조차 ‘과거를 함께 만들어왔던 모든 사람에 대한 모욕’으로 포장하여 끝내 승리를 쟁취하는 일은 대선 후보에게는 있을 수 있지만 대통령에게는 있어선 안 된다. 위기의 리더십에서 정상상태의 리더십으로 전환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전환을 방해하는 것이 있다. 다름 아닌 새로운 위기를, 그리고 더 많은 적을 만들어내라는 극우의 준동이다. 대선이 끝난 지 불과 40일 남짓 지났을 뿐인데 이 음산한 유혹은 온라인과 언론을 비롯해 곳곳에서 목격된다. 이런 분위기는 일부 정치인들의 언행에서도 드러난다. 그들은 상대 후보를 지지했던 절반의 국민을 적으로 규정하라고, 서민을 보호하려는 정책은 망국의 지름길이라고, 민주주의는 안보의 위협일 뿐이라고 속삭인다. 그들은 말한다. 이명박 정부를 보라고. 초기에 적들을 만만하게 봤다가 촛불에 된통 당하고 망했다고. 그들은 더 오랜 과거로 가자고, 그래야 계속해서 이길 수 있다고 속삭이는 것이다.

5년 전의 이명박 당선인과 달리 박근혜 당선인은 48%라는 결집된 반대를 안고 출발해야 한다. 따라서 새 정부 출범 과정에서, 그리고 출범 이후에도, 수많은 정치적 난관에 부닥칠 것이다. 역대 당선인 중 가장 낮다는 지지율이 이미 그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난관이 높을수록 이기는 싸움을 하라는 주문을 받게 될 것이다. 더 오랜 과거로 가자는 유혹이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더 오랜 과거에는 아무도 살지 않는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한겨레펌>




3851
  北 3차 핵실험, 1,2차 때와 본질적으로 다르다/김근식 경남대 교수 
 운영자
4523 2013-02-08
3850
  이동흡 버티기, MB의 몽니? 朴의 지렛대?/이재진 기자 
 운영자
4183 2013-02-07
3849
  [사설] 정부개편안 ‘원안 통과’ 고집 버려야 
 운영자
4860 2013-02-07
3848
  [사설]신뢰관계 쌓자면서 ‘독도 도발’ 제도화한 일본 
 운영자
4841 2013-02-07
3847
  강지원 “국정원 선거개입 사실일땐 4.19와 비슷”/허재현 기자 
 운영자
4660 2013-02-06
3846
  [정동칼럼]‘북한 비핵화’의 갈림길에 서서/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운영자
4041 2013-02-06
3845
  박근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시험에 들다/곽재훈 기자 
 운영자
4111 2013-02-05
3844
  [세상 읽기] 죽음을 부르는 손해배상 청구 / 김동춘 
 운영자
4420 2013-02-05
3843
  [김우창칼럼]민주주의와 정신적 존재로서의 인간/ 김우창 이화여대 석좌교수 
 운영자
3689 2013-02-05
  [세상 읽기] 더 오랜 과거에는 아무도 살지 않는다 / 장덕진 
 운영자
4670 2013-02-04
3841
  [기고]평화협정으로 비핵화 물꼬 트자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운영자
2844 2013-02-04
3840
  정치개혁 없이는 군대개혁 어렵다/표명렬 
 표명렬
3589 2012-11-07
3839
  핵발전소 짓기도 전에 핵무기가 갖고 싶었다/한홍구 
 운영자
4660 2013-02-03
3838
   경주 최부자집은 박정희에게 어떻게 몰락했나/글 경주·울주 남종영 기자.사진 강재훈 선임기자 
 운영자
4460 2013-02-02
3837
  적대적 악순환의 동북아 위기와 한반도 /정상모 평화민족문화연구원 이사장 
 운영자
4389 2013-02-01
3836
  [아침 햇발] 종북 프레임, 다시 경계하기 / 박창식 
 운영자
4505 2013-02-01
3835
  [사설]국정원 ‘대북 심리전’ 누구를 겨냥한 것인가 
 운영자
3614 2013-02-01
3834
  [사설] 박근혜 리더십, 총체적 변화가 필요하다 
 운영자
4712 2013-01-31
3833
  [사설] 대통령 당선인에 반말해 경고받은 ‘개콘’ 
 운영자
4131 2013-01-31
3832
  박근혜, 기만의 정치냐? 신뢰의 정치냐?/이양수 한양대 강사 
 운영자
4512 2013-01-30

[1][2][3] 4 [5][6][7][8][9][10]..[196]



Copyright 1999-2022 Zeroboard / skin by 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