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를 ‘진짜 검찰’이 압수수색했다고 한다. 서울중앙지검이 국내 대형건설사들의 4대강 사업 입찰 담합 사건을 미온적으로 처리한 공정위의 카르텔조사과를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하는 등 전면적인 수사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번 수사는 단순히 건설업체들의 담합 행태나 공정위의 관행적인 ‘봐주기’ 차원을 넘어 공정위 조사 과정에 청와대 등의 외압이 있었는지까지 규명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현 정권 최대의 권력형 비리로 비화될 수도 있는 사안이다. 그만큼 검찰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4대강 사업 1차 턴키공사 입찰과정에서 건설사들의 담합이 있었다는 사실은 2009년 10월 이석현 민주통합당 의원의 폭로로 처음 알려졌다. 사전 정보유출, 특정 학교 출신 공사 몰아주기 등과 관련한 제보도 줄을 이었다. 그러나 공정위는 “담합 정황 포착했다” “정황 포착은 와전된 것” 운운으로 자신이 내뱉은 말을 스스로 뒤집는 등의 해괴한 행태를 보이다가 이 의원이 문제 제기를 한 지 2년7개월 뒤인 지난 6월에야 최종 결론이란 것을 내놓았다. 건설사들이 사전에 공구별 낙찰업체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낙찰가를 높여 혈세 1조2000억원이 낭비된 사실을 확인하고 이들 업체에 1115억원의 과징금을 매겼다고 발표한 것이다. 그런데도 공정위는 검찰에 고발하지 않았다. 담합규모가 크고 죄질이 나쁜 사건을 고발 없이 과징금만으로 마무리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결국 시민단체의 고발로 이번 수사가 시작됐다는 사실 앞에서 새삼 공정위의 직무유기를 확인하게 된다.
검찰 수사를 둘러싸고 구구한 정치적 해석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4대강 공사를 강행한 현 정권이 이미 ‘죽어가는 권력’인 만큼 검찰이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거나, 새누리당 박근혜 의원의 친박진영도 수사의 필요성을 제기한 사실을 염두에 두고 ‘떠오르는 권력’에 코드를 맞춘다는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수사 배경이 무엇이든 간에 22조원이라는 천문학적 액수의 국민 세금이 투입된 이 거대한 공사를 둘러싸고 저질러진 온갖 비리와 범죄를 철저히 수사할 것을 검찰에 촉구한다. 공정위의 의사 결정에 정권 차원의 압력이 있었는지도 낱낱이 규명해서 책임질 일에 대해서는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한다. 4대강 공사로 아름다운 산하가 망가지고 훼손된 것도 기가 막히는 일인데 국민들의 피땀이 배어 있는 세금까지 몇몇의 검은손에 들어가게 할 수는 없다. <경향펌>
HOME > 게시판 > 평군대문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