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HOME > 게시판 > 평군대문글
|
 |
| |
 |
|
 |
|
[시론]‘현병철 인권위’의 암울한 미래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 |
|
2012-08-16 06:56:49, Hit : 3614 |
|
|
 |
|
 |
결국 현병철 위원장이 재임명되었다. 한 달 넘게 지속된 논란은 일단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3년 임기 내내 인권위를 파행 운영해 지속적으로 사퇴 요구를 받아온 인물이 재임명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모두들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설마했던 일이 현실이 된 것이다. 그래도 이번엔 인사청문회가 있었다. 인권위원장에 대한 인사청문 절차가 도입된 후 첫 타자가 바로 현병철 후보자였던 것이다.
인사청문회는 생각보다 의미가 컸다. 현병철호 인권위의 문제들이 국민 앞에 낱낱이 공개될 수 있었다. 야당 의원들은 집요한 공세를 펼쳤고, 여당 의원들까지 사퇴 요구에 가세했다. 결국 인사청문보고서는 채택되지 못했다. 국내 인권·시민단체, 변호사·법학자들이 나서서 사퇴를 요구했고, 인권위 직원 90%가 연임에 반대했다. 타국의 인사문제에 개입하기를 꺼리는 국제인권단체들도 사퇴 요구를 주저하지 않았다. 인권위원과 전문위원들의 항의 사퇴도 이어졌다. 한나라당이 임명했던 한 인권위원은 “더 이상의 결정적 하자가 필요하나”라며 울분을 토했고, 현병철 위원장이 직접 임명제청을 했던 사무총장까지 현 위원장을 비판하고 나섰다. 국민 83%가 현 위원장의 연임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특정 기관장에 대해 이렇게 광범위한 항의와 반대가 이루어진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물론 인사는 인사권자의 재량이다. 현행법상 국회가 반대해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하지만 ‘재량’이 있다 해도 모든 것을 자의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인사권자가 의회와 국민의 의사를 세심하게 살펴 이를 인사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상식이며, 인권위원장을 인사청문 대상으로 삼은 입법 취지에도 부합한다. 그래도 인사권자 마음대로 할 거라면, 인사청문회고 뭐고 그냥 대통령이 몰래 임명하고 익명으로 일하게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앞으로 현병철 위원장의 새로운 임기 3년 동안 벌어질 일들을 생각하면 암담하기만 하다. 인권위는 시민사회의 지지를 자원으로 삼으면서, 다른 국가기관들을 인권의 관점에서 견인하는 기관이다. 등을 돌린 시민사회가 제대로 협력할 리 만무하고, 만신창이가 된 인권위를 다른 국가기관들이 존중해줄 리도 없다. 국민 대다수가 반대한 사람이 위원장으로 있는 인권위를 국민들이 신뢰할 리도 없고, 직원의 절대다수가 반대한 기관장이 리더십을 발휘할 수도 없다. 요컨대, 이런 상황에서 인권위가 온전히 기능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번 현병철 위원장 재임명은 인권위가 제 역할을 할 수 없길 바라는 사람들의 작품이라고밖에는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그래도 한국사회가 인권과 인권위를 놓고 한 달 넘게 토론을 벌인 덕분에, 인권위의 존재조차 모르던 사람들도 인권위의 중요성을 알 수 있었다. 이것도 성과라면 성과다. 인권위가 비교적 순항하던 시절, 인권위의 여러 문제점에 안이하게 대처했던 것도 뼈아프다. 인권위가 워낙 불안한 지위를 갖고 있긴 했지만, 이렇게 한 번에 퇴행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중요한 교훈이다. 국제사회에도 큰 가르침을 주었다. 2001년 설립 이후 초고속으로 세계적 모범으로 떠오른 한국의 인권위가 놀라운 속도로 쇠락하는 장면이 세계인들에게 생중계되었다. 우리에게는 불행한 일이지만, 세계적으로는 반면교사의 사례를 제공해준 셈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로 억지 위안을 삼기에는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 너무 참담하다. 인권위 설립을 위해 노력한 것이 1993년이고, 처절한 싸움 끝에 간신히 지금의 인권위를 만든 것이 2001년이었다. 그 후 10년 넘게 인권위는 하나의 ‘역사’를 만들어왔다. 그 역사적 성과들이 이렇게 무너지고 있어, 그 어떤 말로도 위안이 되지 않는다.<경향펌>
|
|
|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