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HOME > 게시판 > 평군대문글
|
 |
| |
 |
|
 |
|
[시론]명분 없는 투표시간 연장 반대/박주민 변호사.민변사무처장 |
|
2012-10-15 06:51:34, Hit : 4093 |
|
|
 |
|
 |
여당이든 야당이든 우리나라의 투표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것은 인정하고 있음에도 투표시간 연장에 대해서는 투표율 하락의 원인, 투표시간 연장에 소요되는 비용 및 효과 등을 놓고 서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투표율 하락의 원인으로 여당은 정치적 불신이나 개인의 의지 부족을, 야당은 투표할 시간적 여유 부족 등 구조적 문제를 들고 있다. 여당은 자신들이 투표율 하락의 원인을 개인적 차원으로 보는 이유에 대해 투표일이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고, 부재자투표와 같은 방법이 있음에도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투표시간 연장에 반대하는 여당의 주장은 타당한 것일까?
먼저 투표일이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라 공휴일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은 ‘관공서’가 쉬는 날에 불과하고, 근로기준법이 정하는 유급 공휴일은 아니다. 이에 따라 회사는 선거일에 근로자들을 출근시켜도 아무런 부담이 없다. 그렇다 보니 지난 9월26일 한국갤럽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직장인 중 절반 정도는 선거일에도 출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총선 때 민주노총이 제보받은 바에 따르면, 선거일에 해당 업체가 정상근무를 한 사례가 783건에 달했고, 선거일에 단체 야유회나 수련회를 간 회사들도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인천·경기지역에서는 총선 당일 수학여행, 수련회 또는 강제자율학습을 실시한 중·고등학교가 14곳이나 되었고,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경우에는 쉬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이러한 사정은 한국정치 학회가 제18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참여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는 답변이 무려 64.1%에 이르렀던 것과 궤를 같이한다. 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010년 지방선거 당시 투표를 포기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바빠서 투표를 못했다’는 응답이 55.8%나 나왔다. ‘투표일=공휴일’이 모든 유권자에게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는 방증이다.
다음으로 부재자투표. 부재자들은 따로 정한 투표기간 중에 오전 6시부터 오후 4시 사이에 구나 시 선거관리위원회가 설치한 투표소에 가서 투표를 해야 한다. 그런데 선거일에도 일과시간 중에 투표하러 가기 어려운 사람들이 부재자투표일이라고 해서 일과중에 자리를 비우고 투표하는 것이 과연 용이할까? 부재자투표일은 공휴일 아닌 평일이기에 투표하기가 더욱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투표일이 공휴일이고 부재자투표제도가 있기에 투표시간을 연장할 필요가 없다는 여당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여당은 투표시간 연장에 비용이 너무 들고 그에 비해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한다. 정말 그럴까? 투표시간 연장에 드는 비용 추정치는 다양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00억원을 이야기하나 국회예산처는 31억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재외국민 투표를 위해 530억원이 소요되는데 지난 총선의 경우 230만명 정도 되는 재외국민 중 5.6%가 등록해서 2.5%만 투표했다. 비용 낭비라는 이유로 폐기해야 할까? 투표시간 연장은 이보다 훨씬 비용이 적게 드는 데다 국내에서 이루어지기에 행정적 불편도 훨씬 덜하다. 재외국민 투표를 비용 과다 때문에 폐지해서는 안되는 것처럼 비용을 이유로 투표시간 연장을 하지 않는 것은 전혀 타당하지 않다.
다음으로 투표시간 연장의 효과 문제다. 일본은 1998년 투표 종료시간을 2시간 늦추도록 선거법을 개정한 후 2001~2005년 네 차례의 중의원 선거에서 투표율이 10%가량 높아졌고, 전체 투표자의 13%가 늘어난 2시간 동안 투표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우리나라도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후 7시부터 8시까지의 투표율이 5.0%에 이르러 산술적으로만 계산해도 투표시간을 2시간 연장하게 되면 10% 정도의 투표율 상승이 예상된다. 따라서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여당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민변은 투표시간 연장을 위한 헌법소원을 내기 위해 청구인단을 인터넷으로 공개 모집했다. 모집기간이 짧았고 50명만 모집한다고 했음에도 199명이나 신청했다. 마감 이후에도 신청이 이어져 많은 국민들이 투표시간 연장에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참여하신 분들의 사정을 보면 소위 ‘성의 없는’ 국민들이 사실은 ‘성의를 가질 수 없는’ 국민임을 알 수 있다. 약국에서 근무하는 약사들은 약사만 약을 조제할 수 있기에 대체할 약사가 없는 경우 일과시간에 자리를 비울 수 없다. 회사에 다니는 기혼 여성들은 아침엔 가족 식사를 챙겨준 뒤 출근해야 하고 퇴근은 보통 오후 6시 이후여서 투표가 쉽지 않다. 호텔 등 교대제로 근무하는 분들은 선거일이 근무일과 겹치면 장시간의 근무로 인해, 건설노동자들은 현장에 이른 시간에 나가고 오후 7시가 넘어서야 퇴근할 수 있기에 투표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투표시간 연장은 어려운 일도 아니고 돈이 많이 드는 일도 아니다. 투표시간을 연장해서 열심히 사는 유권자들을 ‘성의 없는 사람들’로 만들지 말아야 할 것이다
<경향펌> |
|
|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