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 평화재향군인회(가칭), 평화군인사랑회::

HOME > 게시판 > 평군대문글

홈즈가 탐정이 된 이유./내과의사

2012-10-09 08:18:11, Hit : 5404

작성자 : 운영자

질병을 이해하는 방법 중 하나는 질병의 원인을 알아내는 것이다. 아니, 질병의 진단과 치료와 예방의 시작이 일단 질병의 원인을 알아내는 것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정치업계 인간들을 이해하는 일도 그 인간의 ‘동기’가 뭔지 파악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 도대체 저 인간은 왜 정치를 할까?

나만의 주관적인 판단으로 이야기 하자면, 이명박의 동기는 탐욕이다. 극단적으로 말해 그는 대통령도 돈을 벌기 위해서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4대강 사업으로 상징되는 그의 정책이 유난히 토목, 건축에 집중된다는 점, 멀쩡한 인천 국제공항을 팔아치우려 안달복달 하는 점 등을 보면 이명박은 대통령직을 가장 확실한 ‘캐쉬 카우’로 이용한 것이 아닐까 한다. 아님 말고.

김대중과 노무현의 동기는 수단적 의미이다. 정치적 자아와 소명의식의 가장 효율적인 투사를 위해 그들에게는 대통령이라는 권력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정희와 전두환 같은 인간은 일본 제국주의가 우리나라와 동남아를 집어삼킨 것과 같은 동기가 작용했을 거다. 빵빵한 무력이 손아귀에 들어오니까 본능적으로 최고 권력을 집어삼킨 거다.(여담이지만 유신시절 황제의 자리에 올라 엽색 행각에 탐닉한 박정희를 보면 박정희의 동기는 ‘정력의 발산’일지도 모른다....)

지금 대통령 후보로 나선 사람들의 동기는 무엇일까? 두말할 필요 없이 ‘권력에 대한 욕망’이 모든 후보들에게 공통적으로 전제되어 있을 것이다. 누구든지 기회만 주어진다면 하다못해 초등학교 반장자리라도 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런 공통분모를 논외로 친다면 우리는 여러 가지 동기들을 생각할 수 있다.

이른바 ‘군소 후보’들에게는 이름 알리기와 정치적 지분의 확보 등이 이유가 될 수 있다. 정치인에게 가장 서러운 것은 대중에게 욕먹는 일보다 대중으로부터 잊혀지는 일이다. 대선판은 그런 정치인들에게 비용 대 효과로 보아 최고의 광고효과를 안겨주는 행사가 된다. 그리고 대선판 출정을 위해 꾸려지는 조직은 후보의 득표력에 따라 다음 선거에서 정치 결사체나 정당으로 진화할 수 있는 기반이 되기도 한다. 물론 ‘빅3’ 후보의 치명적 결함이나 실수에 대한 반사 효과로 군소 후보들에게도 기회가 올지 모른다. 맞다. 로또 당첨도 확률 0%는 아니다.

거대 정당에서 대통령 후보가 되는 이유는 산악인이 산을 올라가는 이유와 같다. ‘거기에 산이 있듯’, 2012년 12월에 대통령 선거가 있기 때문이다. 정당의 존재 이유가 권력을 획득하여 자신들의 정치이데올로기의 구체화된 형태인 정책을 실현하는 것이고, 정책 실현을 위한 최고 권력 주체가 된다는 것은 모든 정당인과 정치인들의 영원한 로망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일까?

만약 민통당과 새누리당의 대선 공약을 나열하고 이 공약들이 어느 당의 정책인지 감별하는 정치 교양 시험을 치른다면 당신은 과연 몇 점을 받을 수 있을까? 나는 50점 이상은 자신할 수 없다. 왜? 어차피 감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둘 중 하나에서 찍는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양당의 공약은 거의 짝퉁 수준이다. 단지 표현하는 미사여구의 뉘앙스에서 미묘한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민통 양당은 박 터지는 정치게임에 몰두하고 있다. 민통당이 윤여준을 데려오고, 한광옥이 새누리로 넘어가고, 박근혜는 지지율 답보 상태에서 자기 수족과 같은 수하를 잘라버린다. 어차피 누가 되든 자기들 입으로 떠든 정책 실현에는 큰 문제없을 것 같은데(공약이 거의 같으니까) 대선이 다가올수록 정쟁의 양상은 치열함의 도를 더한다. 도대체 이 인간들 왜 이럴까?

문제의 핵심은 ‘누가’에 있다. 한국의 거대 정당들에게 한국 정치에서 공동체를 위해 ‘무엇’을 하느냐는 이미 중요하지 않다. ‘어떻게’ 하느냐도 중요하지 않다. 다만 ‘누가’ 하느냐가 이들에게는 목숨을 건 절실함의 문제일 뿐이다. ‘누가’ 하느냐가 왜 중요할까? 그 이유는 오늘도 서프에서 사자후를 토하는 수많은 우국지사들께서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다. 정답은 “궁물”이다.

물론 정치를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에게 ‘궁물 보기를 돌같이 하라.’고 주문하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지키라는 임무를 부여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모든 업종에 직업 윤리가 있듯 정치업계에도 최소한의 직업윤리라는 게 있어야 맞다. 환자 줄어들까봐 최신 의료 기술로 한 번 치료받으면 나을 환자에게 여러 번 병원 오게 하는 옛날의 치료법을 고집하는 의사를 우리는 ‘나쁜 놈’이라고 부른다.

마찬가지이다. 오로지 권력을 잡아 자기네 정파에게 권력의 ‘궁물’을 나누어 주기 위해 표 얻는데 도움될 것 같은 공약과 정책만을 서로 베껴다가 쓰다 보니 ‘정책’은 전혀 보이지 않고 ‘오야붕 같은 후보’만 매스 미디어에서 연예인처럼 행세하는 현재 상황에서는 정치업계 인간들의 ‘동기’를 아무리 선의로 봐주려 해도 봐 줄 수 없게 된다는 거다. 이명박의 인사를 ‘고소영’이라고 비아냥거렸던가. 그렇다면 지금 거대 정당 후보들의 참모진 구성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 오늘날 한국의 정당 정치 모델 역시 가장 바람직스럽지 못한 정당 모델이 정권을 획득하는데 가장 효율적인 모델로 인식되면서 그야말로 ‘새누리스럽게’ 통일되었다. 일단 정당의 ‘브렌드 파워’로 지지층을 고정시킨 후,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그 정당의 패권을 장악하여 선거에 임하는 수법이다. 통진당의 파멸은 그 수법의 전형적인 실패사례라고 본다.

등장한지 100년을 훨씬 넘긴 오늘날에도 ‘셜록키안’이라는 매니아 그룹을 형성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열광하게 하는 캐릭터가 있다. 바로 코난 도일이 창조한 탐정 셜록 홈즈이다. 홈즈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일까?

탐정으로서 천재적 기량을 뽐내는 홈즈는 무엇보다 사건 해결 자체를 목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는 커다란 경제적 이해관계가 얽힌 사건보다, 사회, 정치적 이슈가 걸린 사건보다 아주 난해한 수수게끼 같은 사건에 우선적으로 열광하며 집착한다. 아무도 풀지 못하는 문제를 풀어낸다는 사실과 그 과정 자체가 홈즈라는 인간에게 있어 가장 강력한 삶의 동력이다.

괴팍한 습관과 독특한 정신세계의 소유자긴 하지만 물론 홈즈가 선악 개념이 전혀 없는 괴물은 아니다. 그런 존재는 코난 도일의 소설에서 모리어티 교수라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아무런 대가나 보답을 원하지 않는 그야말로 순수한 해결사. 바로 셜록 홈즈이다.

우리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셜록 홈즈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자동차에 대해 많이 아는 사람이라면 운전하다가 길가에 본넷을 열고 멈춰있는 차를 보면 본능적으로 차를 멈추고 무슨 고장인지 알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 것이다. 컴퓨터 매니아는 직장 동료나 상사가 먹통이 된 컴퓨터 앞에서 끙끙거릴 때, 만사 제쳐 두고 일단 도움을 준다.

누구든지 자기가 많이 알고 관심 있는 분야에 다른 사람들이 골치 아파하면 일단 그 문제를 해결해 주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그건 대가를 바란다거나, 나의 존재감을 높인다는 의미보다 문제 해결을 통해 내가 얼마나 많이 알고 이해하고 있느냐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에 대한 반대급부보다 문제 해결 과정에서 기쁨을 느끼는 것. 그것은 어쩌면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모든 요소들, 이를테면 문학, 철학, 수학, 과학 같은 것들이 잉태된 동력은 아니었을까?

안철수의 성공신화는 V3 백신에서 시작되었다. 그는 의대를 나왔음에도 나처럼 환자나 보며 적당히 돈이나 버는 평범한 의사, 어쩌면 자기 아버지와 짝퉁이 되는 그런 의사이길 거부했다. 그 대신 그는 학창생활과 사회생활을 하면서 가장 혁명적인 도구의 하나로 떠오른 컴퓨터에 흥미를 보였고, 그 컴퓨터에 치명적인 문제로 등장한 컴퓨터 바이러스와 그 해결에서 성공신화의 시작을 열었다.

의대생 대부분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무사히 졸업해서 의사면허 따고, 어떤 과목을 전공해야 편하게 먹고 살 수 있을가로 귀결된다. 나쁘게 말하면 ‘궁물지향적’이다. 그러나 안철수는 의대생 중에서도 대단히 독특한 부류에 속한다. 그는 ‘문제해결 지향적’으로 의사이면서도 의사 아닌 삶을 살아갔다. 그러면서도 나같은 궁물지향족 보다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나는 안철수를 잘 모른다. 자세히 알지 못한다. 하지만 안철수의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나의 그것과 많이 다르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안철수에게서 정치적 매력포인트를 찾을 수 있다. 그것은 바로 그가 일관되게 보여주었던 ‘문제해결 지향적 속성’ 이다.

정치가가 아닌 안철수가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다. 그것도 대통령을 하겠다고 나선다. 나는 안철수의 동기를 셜록 홈즈가 탐정이 된 이유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서울 시장직을 양보한 안철수가 대통령 후보가 된 이유는 그가 살아오며 거쳐온 많은 일들 중 가장 어렵고 까다로운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 바로 대한민국 대통령 자리라고 판단했기 때문은 아닐까.

정치 좀 한다는 인간들이 계속 나섰음에도 한 번도 제대로 된 문제해결에 성공 못한 그 자리, 그러면서도 모두가 여전히 내가 문제 해결에 적임자라고 자신 있게 우기는 그 자리. 하지만 그 자리에 앉으려는 그 누구도 그 자리가 처리해야 할 문제 해결보다 그 자리가 약속하는 ‘궁물’에 더 큰 집착을 보이는 그 자리. 하지만 '안철수 대통령병'의 원인은 아무도 해결하지 못한 커다란, 그렇지만 너무나 중요한 문제를 품고 있는 자리가 대한민국 대통령인 때문은 아닐까.

안철수를 셜록 홈즈로 인식하는 나의 판단은 어쩌면 전혀 사실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지금 대한민국 대통령 자리에 가장 필요한 인물이 바로 셜록 홈즈 같은 존재일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물론 지금 후보로 나선 사람들 중 그 누구도 셜론 홈즈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거대 정당의 후보로 나선 인물들이 태생적으로, 유전적으로 ‘궁물지향적’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사실만은 확실하다.

의학에서 진단이 모호한 상황에서는 ‘배제진단’이라는 방법을 쓴다. 가능한 질병 후보 리스트 중 확실히 아닌 것들을 지워나가고 나서 마지막 남는 질병으로 환자의 병을 진단하는 방법이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가장 갈망하는 셜록 홈즈는 결국 안철수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는 적어도 나처럼 ‘궁물지향적’으로 살아온 의사는 아니었으니 말이다.

내과의사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3&uid=150397
http://www.seoprise.com/etc/u2/815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