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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칼럼]‘아륀지’ 먹고 ‘메트로’ 타는 MB나라 /박홍규 영남대 교수·법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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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10 04:55:42, Hit : 97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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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YS, JP, MB니 하는 영어식 약칭이 있는 반면 JH, MH, DH, TU 등은 없는 걸 보면 앞의 약칭이 반드시 애칭은 아닌 것 같다. 앞의 정치인들이 뒤의 정치인들보다 영어를 잘 한 것도 아닌 듯한데…(일부에게는 그런 이미지가 없지도 않다).
영어를 국어로 삼지 않는 나라에서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것이 대통령과 무관하고, 프랑스를 비롯한 세상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대통령이 영어를 할 줄 알아도 공식적으로는 사용하지 않는데, 대한민국에서는 초대 대통령부터 영어를 잘하고 우리말도 영어투로 해서 그런지 영어가 대통령의 자격요건인 것처럼 되었다.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은 언제 어디에서나 당당하게 자국어로 말하고, 외국인에게는 통역을 통해 알아듣게 하는 것이 최소한의 국격으로서 국가 자존심을 지키는 국제 관례인데도 말이다.
그래서 영어 잘하는 대통령이 바람직하게 된 것처럼 나라 전체가 영어의 바다에 빠져버렸다. 오래전 누가 그런 제목의 책을 쓴 적이 있는데 그게 사실이 됐으니 민족의 비전을 밝힌 책으로 찬양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 책에 대해 나는 범국가적, 범국민적 영어 사용을 비판한 적이 있지만 그 뒤 영어 사용이 더욱 심화·확대되어 나라가 아예 영어의 ‘쓰나미’ 광풍에 덮여버렸다.
그런 현상은 거리의 영어 간판이나 미디어와 인터넷의 영어 남용은 물론 각종 공기업들이 KT니 NH니 뭐니 하는 영어식 이름을 쓰는 것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나 같은 사람은 그것들을 각종 연예인들의 영어식 이름과 구별하기조차 힘들다. 회사는 물론 대학까지도 그런 식이다. 그나마 초·중·고나 관공서가 아직은 그러지 않는 것에 고마울 따름이다.
기업·대학의 이해 못할 영어이름
나는 메트로란 말이 지하철인지도 며칠 전 처음 알았다. 그 메트로가 계속 큰 사고를 치는 가운데도 그게 크게 바뀌었다는 광고판을 보게 됐다. 두어 마디 중 한 마디가 영어일 정도의 문장이 몇 줄이나 이어지는 것을 보고 놀라, 평소 존경하는 몇 서울시민에게 물어보았더니 아무도 몰라 더욱 더 놀랐다. 모두들 광고에 관심이 없는 것인지, 영어투 문장에 무감각한 것인지 도대체 알 수 없다. 그런 광고로 손님이 느는지, 아니면 늘지도 않는데 하는 것인지, 사고 무마용으로 그런 신비의 광고를 엄청난 돈으로 때리는 것인지, 그럼에도 아무도 관심이 없으니 더욱 더 광고가 그렇게 이상하게 변하는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여하튼 그 광고판에 나오는 수많은 영어를 나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명색이 대학교수가 모르는 말들이 이렇게 많다면 그 광고판을 이해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국민 중 몇 사람을 상대로 의식하고 그런 짓을 하는 것일까? 아니면 내가 정말 무식한 것일까? 여하튼 그런 요란스러운 광고나 개칭에도 불구하고 지하철을 메트로로 부르는 사람은 많지 않고 여전히 지하철이나 전철이라고 함은 다행인지 모른다. 하기야 조만간 메트로로 바뀌고 모두들 그렇게 부를지는 모르고 그럼에도 사고는 계속 터질지 모르지만 말이다.
영어를 남용하는 사람들도 옛날보다 훨씬 많아졌다. 이제는 영어 남발로 유학 경험이나 외국 학위를 자랑한다든가 하는 특별한 의미도 없어진 반면 영어 강의나 대화가 일반화된 탓인지 더욱 더 일반적으로, 지극히 당연하게 영어를 남용한다. 최근 젊은 교수들과 매우 짧게 몇 마디 말을 나누면서도 그들의 영어 남용과 우리말의 부정확한 사용에 놀랐다. 학생들은 더욱 더 그렇다. 경제·경영인은 물론 심지어 관료들까지도 그렇다. 게다가 우익이나 보수가 앞장을 선다. 우익이나 보수는 다른 나라의 경우 본래 민족주의적인데도 우리나라의 그들은 지극히 반민족적이고 친미적이며 신자유주의적이고 글로벌주의적이어서 영어 남용의 선구자들이다.
우익·보수도 영어 남용 선구자
현 정권의 ‘인수위’ 위원장이 ‘아륀지’니 하는 영어교육을 강조한 것은 영어 남용과 한글 홀대, 미국 숭배와 자발적인 미국 식민화를 상징한 것으로 빈축을 샀었다. 그러나 당시의 충격보다 훨씬 심한 사대주의와 식민주의가 지금 나타나고 있으니 그 위원장 역시 민족의 비전을 밝힌 사람으로 찬양해야 하겠다. 이런 속도라면 조만간 영어를 공용어로 쓰거나 최소한 모든 이름이나 중요 개념을 영어로 부르게 되고, 대통령은 아예 영어 이름을 갖는 이들을 대상으로 뽑게 될지도 모르며, 모든 사람들도 MB니 뭐니 하며 영어식 약칭으로 부르게 될지 모르겠다. 나는 개만은 그렇게 부르기도 했지만 개를 모독하는 것 같아 곧 한글로 바꾸었다.
<박홍규｜영남대 교수·법학><경향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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