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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희진의 낯선사이]행복했던 대통령 /정희진 여성학 강사

2013-03-15 19:55:03, Hit : 4520

작성자 : 운영자
- Link #1 : khan_art_view.html?artid=201303142128015&code=990100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임기 일주일을 남긴 지난 2월18일, 라디오 연설에서 “5년간 행복하게 일했다”고 마지막 인사를 했다. 사저가 있는 서울 강남구의 신연희 구청장은 “이 대통령은 5년이란 찰나의 순간에 경제대국, 수출대국, 문화대국, 체육대국, 관광대국이란 위업을 달성했다. 최고 반열의 평가를 받을 거라 확신한다”고 말을 보탰다.

“행복했다.” 정말 행복했다는 소회인지 의례적인 수사인지 모르겠지만 내겐 생소했다. 솔직히 말하면 놀라움과 두려움을 느꼈다. 집권 초기부터 이 전 대통령은 본인의 이미지와 맞지 않는 의외의 단어를 구사했다. 애초에 국민이 그에게 기대한 것은 민주주의나 부패척결이 아니었다. 그의 당선은 그의 재산형성 과정에서 보여준 ‘능력’을 보고, “우리도 당신처럼 잘살게 해 달라”는 서민들의 욕망에 기인한 바 크다. ‘우리’는 그와 함께 모두가 부자 되는 세상을 공모했다.
이런 상황이었기에 ‘녹색성장’이나 ‘공정한 사회’는 뜬금없는 말이었다. 서사의 하이라이트는 정권 막판에 “역사상 가장 깨끗한 완벽한 정권” “국격이 최고조에 이른 시기” “나는 행복합니다”이다. 그가 도덕성처럼 ‘고상한’ 가치까지 전유하기보다 ‘소박하게’ 원래 약속했던 경제지상주의에 부합하는 치적(예를 들면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을 내세웠더라면 그나마 위로가 됐을 것이다.

나는 이런 발언을 하는 사람들의 ‘망탈리테’, 즉 무의식적 정신상태가 궁금하다. 지금 우리 사회는 부에 대한 추구뿐만 아니라 행복, 건강, 마음의 평화까지 갖춰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다. 아픔, 고통, 슬픔과 같은 단조(短調)의 정서는 회피하고 심지어 실패와 낙오의 상징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전 대통령이 일개 시민이라면 그의 언어들은 발랄한 조증(躁症)이거나 다행증(多幸症), 허언공상(虛言空想), 과대망상으로 치부할 수 있다. 행복감이 지나친 사람이나 허풍이 심한 사람은 타인에게 웃음을 주거나 웃음거리가 된다. 하지만 국정의 최고책임자가 느끼는 행복감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은 행복했지만 국민은 불행했다면, 권력자의 행복감은 자기도취를 넘는 ‘가해자’의 두꺼운 얼굴이다. 후안(厚顔)이 지나치면 본래 얼굴(정체)을 알 수 없다. 생각을 파악할 수 없는 권력자, 두려운 법이다.

나는 이 글에서 취임 직후 6개월간의 촛불시위, 용산참사, 4대강의 녹조, 빈부 양극화, 쌍용차사태, 강정마을 상황에 대해 언급하려는 것이 아니다. 정당, 세대, 계층을 막론하고 지금 우리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빈발하는 자살은 살인적인 경쟁, 승자 독식, 약자에 대한 모욕으로 인한 사회적 타살에 가깝다. 나더러 이명박 정부를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출범 초기 어느 시위대의 구호를 들겠다. “경제는 나중에 살리시고 우선 사람부터 살려 주세요!”

영화 <밀양>에서 아이를 죽인 살인범은 아이 엄마에게 이렇게 말한다. “저는 주님의 도움으로 마음의 평화를 찾았는데, 당신은 왜 그렇게 고통스러워하십니까? 남을 미워하지 말고 용서하고 마음의 평화를 찾도록 제가 기도해드리겠습니다.” 행복한 가해자가 고통에 몸부림치는 피해자에게 회개를 설교하는 상황. ‘기(氣)가 막힘’을 넘는, 자신이 누구인지 몰라서 발생하는 ‘악’의 새로운 경지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기 위치를 모르는 사람처럼 독을 뿜는 존재는 없다. 다른 말로 하면, 말하는 자기에 대한 인식 능력이 전혀 없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아무 말이나 한다.

행복은 세상에 널리고 널린 ‘타령’이지만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가치는 아니다. 행복은 사회와의 관계에서 조율되고 감각되는 생각이지 혼자 선언할 수 없다. 하물며 그 관계가 통치자와 국민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인간은 타인과 엮여 있어서 개인의 행복은 독자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대개 ‘너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 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구조 자체가 상생의 원리와 반대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뺏고 빼앗기는 제로섬(zero sum) 논리가 질주하는 사회다. 이런 사회일수록 정치는 절실하다. ‘경제 대통령’과 대통령은 상반되는 말이다. 대통령은 불행하기 쉬운 사람들을 돌보고 책임지는 공무원이지 개인이 행복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다. 당당함, 자신감, 행복감은 대외관계(특히 미국)에서 필요한 것이다. 국민과의 관계에서 리더의 염려와 자책은 아무리 넘쳐도 부족한 미덕이다.

경쟁사회에서 구성원들의 행복이 충돌하지 않고 비켜가기만 해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므로 다양한 행복 개념이 필요하다. 죄책감, 후회, 회의,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능력은 행복만큼이나 소중한 가치다. 이는 특히 지도자에게 필수적인 덕목이 아닐까. 특정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회한에 잠겨 성찰하는 인간을 실패한 리더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없다.<경향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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