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전력의 경우 여러 미디어를 동원해서 국민들에게 원자력발전이 안전하고 경제적이라고 선전해왔습니다. 미디어는 그 대가로 전력 회사들로부터 막대한 광고비를 챙기지요. 세계 어느 곳에서든 주류 언론에서 반핵이나 탈핵 움직임을 적극 보도하지 않는 것은 주류 언론 자체가 원자력 마을(원자력 마피아)의 구성원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도쿄대학 대학원 종합문화연구과에 재직 중인 다카하시 데쓰야 교수의 일침이다. 다카하시 교수는 <후쿠시마 이후의 삶>(한홍구 서경식 다카하시 데쓰야 좌담, 이령경 책임번역 / 반비 펴냄)에서 히로시마를 겪은 일본에 후쿠시마 사고가 일어난 배경에는 ‘원자력 마피아’가 있다고 강조했다. <후쿠시마 이후의 삶>은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서경식 도쿄 게이자이대학 교수, 다카하시 데쓰야 교수 등 한국과 일본의 비판적 지식인 3명의 좌담으로 이뤄졌다.


다카하시 교수는 “일본의 원자력 마피아는 정치가, 관료, 경제계의 이해관계가 얽힌 철의 트라이앵글을 이루고 있다”면서 “정치 부분에서는 나카소네 이후 정권을 잡아온 자민당에 큰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배후에 ‘원자력 카르텔’이 있다


다카하시 교수는 “2009년 정권이 교체되어 민주당이 집권했는데, 민주당은 야당 시절에 정권을 잡으면 에너지 정책을 바꾸겠다고 말해왔지만 실제로는 집권 이후에 자민당과 별반 다르지 않은 정책을 추진했다”면서 “철의 트라이앵글, 원자력 마을의 이해관계가 너무나 강력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3호기 폭발 장면. ⓒ요미우리 온라인
 

‘원자력 카르텔’이 얼마나 강고한 지는 탈원전을 표명했던 일본 각료들이 어떻게 ‘퇴진’ 했는지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원전안전 문제와 관련 국가와 도쿄전력을 비판한 전 후쿠시마 지사 사토 에이사쿠는 석연치 않은 뇌물 사건으로 체포되어 지사직을 상실했다. 또한 후쿠시마 대지진 이후 탈원전을 표명했던 간 나오토 총리가 내외의 압력을 받아 실각했고, 역시 탈원전을 주장했던 하치로 요시오 경제산업상도 사임했다. 하치로 경제산업상은 후쿠시마 지역을 시찰하면서 이 일대를 ‘죽음의 거리’라고 한 발언이 문제가 됐다.


수상이나 장관, 지사급의 사람들조차 ‘원자력 마피아’의 이해관계에 반하는 입장에 서게 되면 내쳐질 수 있는 게 현재의 일본이다. 이 정도면 ‘탈원전’이란 용어는 거의 금기어나 마찬가지지 않을까 싶다.


다카하시 교수는 “정치가와 관료, 전력회사를 중심으로 한 ‘원자력 마피아’는 지금까지 일본의 원전 정책을 주도해왔고, 후쿠시마 사태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계속 주도할 것”이라면서 “현재 원전 시스템에서 전력 회사는 큰 이익을 내고 있다. 그 이익은 당시 정치가에게 돌아가고, 징치가와 관료들은 기업이 계속 이익을 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주는 구조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카하시 교수의 주장 중에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언론책임론을 제기하면서 학자와 전문가들의 역할을 강하게 주장했다는 점이다.


‘원자력 마피아’를 떠받치는 건 다름 아닌 학자와 전문가, 언론


그는 “원자력 마을에서 빠뜨릴 수 없는 사람들이 바로 학자와 전문가들”이라면서 “이는 일본 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다카하시 교수는 “정치가나 관료는 국가의 의사 결정 시에 중요한 역할을 하긴 하지만 핵발전 기술에 대해서는 문외한이기 때문에 전문가의 지식이 필수적”이라면서 “학자나 전문가들이 원자력의 안전성에 대해 판단을 하고 기준을 만들어 내면 정치가나 관료는 그것을 수용한다”고 밝혔다. 그는 “학자나 전문가들의 견해가 그대로 원자력안전위원회나 정부의 견해로 발표되는 것도 이런 구조를 통해서다. 학자나 전문가들이 없다면 원자력 마피아들은 활동할 수 없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이후의 삶> (한홍구 서경식 다카하시 데쓰야 좌담, 이령경 책임번역/반비 펴냄.
 

결국 일본의 원전 중심 에너지 정책 배후에 ‘정치‧관료‧경제계’를 바탕으로 한 ‘원자력 마피아’가 있고 이들을 떠받치고 있는 이들이 학자와 전문가들, 언론이라는 얘기다. ‘철의 트라이앵글’이 수 십년 동안 무너지지 않고 강력한 대오를 형성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다카하시 교수가 일본의 ‘마피아 카르텔’을 주목했다면 한홍구 교수는 ‘한국 원자력 마피아’의 심각성을 좀 더 주목했다. 한 교수는 “한국의 경우, 원자력 마피아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면서 “다른 나라는 정치인들이 주로 원자력 마피아의 대리인 역할을 수행하지만, 한국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원자력 마피아의 수장”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한 교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은 현대건설 CEO 출신으로 한국에서 가동되고 있는 원자력발전소 21기 중에서 12기를 짓는 데 직접 관여했고, 1980년대에 원자력 마피아들의 모임이라 할 수 있는 한국원자력 산업회의에서 업계대표로 부회장을 지낸 바 있다”면서 “그런 전력을 가진 대통령이 재임 중 최대의 치적으로 2009년 아랍에미리트에 원전을 수출한 것을 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원전 21기 중에서 12기 짓는 데 직접 관여”


그는 “후쿠시마 사태 이후 세계 여러나라가 탈핵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한국은 거꾸로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원자력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경식 도쿄 게이자이대학 교수는 “3‧11로부터 2년이 흐른 지금, 원전 사고의 수습도, 재해 지역의 복구도 전혀 진척이 없다”면서 “지금까지도 누구 하나 원전 사고의 책임지지 않고 있다. 경제 지상주의에 선동된 거짓 ‘미래 지향’ 즉 죄 많은 망각의 기운만이 농후해 지고 있다. 일본과 한국 모두 위태로운 방향으로 추락하고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