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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2월 27일---
일제 식민지 잔재와 군부 독재의 짙은 그림자 속에서 외로운 봉오리 하나가 싹을 틔었습니다. 모두가 지나간 과거라고, 돌아봐서는 안 된다고 금기의 장막을 굳게 친 일제 식민지 오욕의 역사를 걷어내고자 역사의 일군들이 모였습니다. 우리 역사를 치욕으로 물들이고 있는 일제잔재, 그 핵심이라 할 친일파 청산을 위해 15년 전 민족문제연구소는 태어났습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과거사청산과 올바른 한일 관계 수립을 통한 역사정의실현을 위해 수많은 활동을 전개했습니다. 특히 해방 60년간 해결하지 못한 민족사의 과제인 친일인명사전 편찬사업은 이제 열렬한 국민적 지지와 성원 속에 힘차게 추진되고 있고, 이제는 그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역사의 도도한 물결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앞길은 결코 평탄하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되풀이 되는 일본 우익의 망언은 이제는 도를 넘어 과거의 침략 역사를 미화하며 반동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마땅히 반성하고 자숙해야 할 친일반역자들의 후손들이 조상 땅을 되찾겠다고 망발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부끄러운 역사를 자랑스러운 역사로 미화하려는 친일파 기념사업이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 뿐 아닙니다. 2004년에는 친일인명사전 편찬을 위한 기초사업 예산마저 국회에서 전액 삭감되면서, 결실을 눈앞에 둔 편찬사업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기도 했습니다.
어차피 대한민국의 역사란 그런 것, 역사는 가진 자의 것이며, 정의는 한갓 힘없는 자의 외침으로 끝나고 마는가 하는 자조마저 일어났습니다.
그러나 아니었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 나서 주셨습니다. 1999년 무려 1만 명이 넘는 국내외 학자들이 지지 선언에 동참하면서 역사의 밭갈이가 시작되었습니다. 2003년 말 관련 예산이 전액 삭감되는 순간, 국내외에서 끝없는 성금이 이어졌습니다. 작은 불씨가 광야를 불사르듯 친일청산의 혼불은 그렇게 찬란하게 타올랐습니다. 국민성금이 토대가 되어 일제협력단체사전이 출간되는 등 수많은 성과가 축적되었으며, 드디어 2005년 8월 친일인명사전 수록예정자 1차 명단이 발표되었습니다. 그리고 2008년 초 친일인명사전은 마침내 그 웅자를 드러낼 것입니다. 광복 60년이 지나도록 몇 차례나 무산되었던 친일 행적자들에 대한 역사의 심판서가 마침내 이름 없는 민초들과 순국선열들의 피와 땀의 결실로 태어날 것입니다.
물론 우리에게는 사전 편찬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재정의 어려움, 인력의 한계, 아직도 계속되는 온갖 음해와 방해 책동 등 민족사 광정을 향한 도정은 험난하기만 합니다. 그러나 민족문제연구소는 반드시 친일인명사전을 완성해 국민 여러분 앞에 바칠 것을 다시 한번 약속드립니다. 겸허하게 우리 자신을 반성하고 채찍질하며 이 엄숙한 민족의 과업을 완수하겠습니다. 그러나 결코 친일인명사전 편찬은 민족문제연구소의 힘만으로 이루어질 수는 없습니다. 아니 그래서도 아니 될 것입니다. 민족의 사업이기에 민족의 힘으로 만들어가는 우리 모두의 과업입니다. 끝까지 국민 여러분과 함께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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