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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박근혜에게 듣고 싶은 네 가지/전규찬 한예종 교수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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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20 06:18:52, Hit : 38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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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정수장학회 논란과 관련해 “조만간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이미 입장을 다 말씀드렸다고 했던 그가 말을 번복하고 다시 입장을 내놓겠다니, 분명 전향적인 내용이 있어야 할 터이다. 그렇지 않다면, 하나마나한 소리의 동어반복은 자신을 실없는 사람으로 만들 뿐 아니라 상황을 더욱 우스꽝스럽게 만들 것이다. 박 후보의 말이 기다려지고 많은 이가 그의 입을 쳐다보는 이유다. 정수장학회와 무관하고, 최필립씨와는 아무 상관없는 사이라는 자의적 주장을 내놓던 면피의 시간은 끝났다.
최근 몇 개의 의미심장한 조선일보의 사설을 읽어보았는가? 박 후보를 정수장학회 문제의 당사자이자 책임자로 정확하게 간주하고 있다. 사태를 신속히 해소함으로써 대선정국의 걸림돌을 돌파해야 한다는 보수진영의 판단이고 고언이지 않겠는가? 이들의 합리적인 제안을 수용하길 바란다. 그렇지만 그것으로 충분치는 않다. 후보가 말하는 소위 ‘100%’의 구호에 어울리게, 여론을 제대로 담아야 한다. 사태를 올바르게 정리하려면 조만간 표명할 입장에 다음의 네 가지는 반드시 담겨야 한다.
첫째, 논란에 대해 유력 대선 후보로서 진심으로 사과하라.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대화 내용을 ‘도청’했다며 MBC가 한겨레를 고발했다. 그러나 여론은 그 같은 대화를 나눈 모의꾼들을 부정한 세력으로 고발하고 있다. 장학재단의 이사장과 공영방송의 직원들이 모여, 자신의 이름을 거명한다. “박근혜에게 뭐 도움을”이라 떠들며, 선거에서의 ‘한몫’을 언급했다. 그래서 언론노조가 고발까지 한 지경이니, 공당의 유력 후보자로서 잘못됨을 인정하는 것은 너무나 마땅한 자세다.
둘째, 상황을 이처럼 엉망진창으로 만든 이들에 대해 분명한 정치적 입장을 밝혀야 한다. 최필립 이사장과 MBC 김재철 사장을 속히 정리해야 한다. 함량미달의 자격과 불량한 의도를 지닌 인물이 공익법인과 공영방송을 맡는 건 옳지 않다는, 한마디면 된다. 그렇게 다수 민심의 판단에 개인적 소신을 보탠다면, 최씨나 김씨가 설 자리는 더 이상 없다. 그러면 MBC 문제의 많은 것들이 풀릴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세 번째다. 박 후보는 정수장학회가 가진 MBC 지분 30%의 사회 환원이라는 대의에 무조건 동의해야 한다. 그 전에 개인재산을 강탈한 과거사와 그 유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유감을 표하는 것은 인지상정의 일. MBC에 대한 명실상부한 사회적 규제가 가능한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 고 김지태씨 가족을 포함하는, 시청자·시민·노동자가 참여하는 민주적 선의의 주체에 넘기는 게 맞다. 장학회를 유지하고, 현 지분도 고수하면서 가족의 이사진 참여 수준에서 상황을 모면하려는 꼼수는 절대 안된다. 대승적 판단, 정치적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안된다.
네 번째는 언론 비정상화 사태의 신속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이 포함돼야 한다. 시민사회와 노조, 정치권과 대화에 나서겠다는 약속. 이번 정권 들어 철저하게 망가진 공영방송을 다시 복원시킬 정책적·제도적 방도를 책임지고 마련하겠다는 약속, 해고된 기자·PD·언론노동자 원상복직과 부산일보 편집권 독립의 약속 등이 담기지 않으면 무효다. 박 후보가 그동안 외면해 온 숙제이고 책무이다.
전혀 과한 기대가 아니다. 지극히 상식적인 요청이며 여론의 대세다. 이런 의사를 따를 수 없다면 “저는 입장을 다 말씀드렸다”는 종전의 무책임한 입장이 차라리 낫다. 본인의 정치적 운명은 물론이고, MBC의 미래를 결정할 박 후보의 판단에 대선정국의 관심이 온통 쏠리고 있다. 유신 40주년이 되는 가을. 박 후보는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는, 자신과 가족과 국가권력이 연루된 과거사의 결정적 페이지와 맞닥뜨렸다. 이를 어떻게 접을 것인가?
<경향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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