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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시평]식량주권 지키는 데 사활 걸어야/김광기 경북대 교수 사회학

2012-08-28 06:58:10, Hit : 4229

작성자 : 운영자
- Link #1 : khan_art_view.html?artid=201208272104565&code=990100

세계 곡물시장이 출렁거리고 있다. 옥수수·밀·콩 등의 국제가격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필자도 올해 초 펴낸 책 <정신차려 대한민국>을 통해 이에 대한 경고를 한 바 있다. 요즘 관심을 가진 이들은 국제 곡물가격의 상승이 미국의 극심한 가뭄 때문이라 생각하겠지만 곡물가격의 상승은 그것 때문만이 아니다. 물론 이상기후가 가격 상승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이지만, 그 외의 다른 원인들도 있다.

우선, 헤지펀드들의 농간이다. 글로벌 투기세력들인 헤지펀드들은 2008년의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옥수수와 콩 가격이 이미 올 6월 깨졌음에도 계속해서 추가 상승에 내기를 걸고 있다. 그런데 이들이 이렇게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2009년 이래 아프리카에서 프랑스 면적에 해당하는 땅이 해외 투기세력들의 손아귀로 헐값에 넘어갔다. 이들은 닥치는 대로 땅을 사잴 뿐만 아니라 거기에 곡물창고까지 짓는 등 곡물가격 인상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태다.

미국과 유럽의 부동산시장에서 파생상품으로 재미를 톡톡히 본 후 투기처를 물색하던 중 곡물시장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결국 이들의 시장 노름에 죽어나가는 것은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살아가야 하는 예멘 같은 가난한 나라의 국민들이다. 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식량가격 때문에 아사(餓死)의 운명에 처해 있다. 그런데 정말로 한심한 것은 이런 잔인한 투기에 하버드대와 벤더빌트대 같은 미국의 명문대학들도 고수익을 올릴 심산으로 숟가락을 얹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음으로 카길, ADM, 벙기, LDC 등과 같은 초대형 곡물 메이저의 독과점이다. 이들의 수작에 의해 세계 곡물가격은 교란된다. 세계 곡물 교역량의 약 80%, 곡물 저장시설의 75%를 이들 4개 회사가 차지하고 있으니 곡물가격이 이들 수중에서 쥐락펴락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두고 이미 체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고 울화가 치민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되어버렸지만 협정 체결 당시에 이런 상황은 면밀하게 다 고려됐어야 했다. 값싼 농산물을 들여오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값싸게 들여오던 농산물 가격이 하루아침에 폭등했을 때 그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국가가 처할 위기에 대한 숙려로 체결에 신중했어야 했다. 더더구나 우리의 식량자급률은 27%에 불과하지 않은가. 특히 밀과 옥수수의 자급률은 0.8%, 콩은 8.8%에 불과해 이것들을 수입에 의존하는 세계 5위의 곡물 수입국이다.

우리의 목구멍이 전적으로 외국 농부들의 손에 달린 것이다. 목구멍이 포도청,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속담이 왜 전해 내려오는 것일까? 뭐니뭐니해도 식량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선조들이 일깨워 주기 위해 후손들에게 전해준 것이리라. 이것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다른 것들에 아무리 휘황찬란한 성취가 있다한들 말짱 도루묵이 된다.

이는 ‘아랍의 봄’이 여실히 증명해 주고 있다. 국제관계 잡지 ‘포린 어페어스’는 민주화 운동으로 알려진 중동의 시위가 실상은 한없이 오르는 곡물가격, 즉 ‘빵’ 때문이었다고 분석했다. 그 중 우리가 주목해야 할 나라가 있다. 이집트는 1960년대까지 밀을 거의 자급자족할 수 있었으나 값싼 미국의 밀을 야금야금 수입하다 급기야 2010년에는 세계 최대의 밀 수입국으로 전락했다. 이렇게 된 데 1980년대의 FTA 체결이 한몫을 했다는 점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식량주권이 상실된 와중에 밀 가격이 오르니 성난 민심이 급기야 무바라크 정권을 무너뜨리기에 이르렀다. 해서, 지금이라도 정부는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2014년까지 개방이 유예된 우리의 주식인 쌀을 그 이후에도 지키는 것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우리 자신과 후손들의 목구멍을 무턱대고 남의 손에 맡길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식량주권이 곧 주권이다.
<경향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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