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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논단]진짜 경제민주화를 원한다면 /하승수 변호사

2012-08-20 06:19:37, Hit : 5030

작성자 : 운영자
- Link #1 : khan_art_view.html?artid=201208192109425&code=990100

이번 대선에서 ‘경제민주화’가 중요한 키워드로 얘기되고 있다. 재벌개혁, 출자총액제한 부활, 순환출자 금지, 금산분리 강화 등이 거론된다. 평범한 시민들에게는 여전히 어렵고 복잡한 얘기들이다. 그런데 진짜 이런 제도들이 바뀌면 경제가 민주화되는 것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단순히 재벌의 지배구조를 개선한다고 해서 경제민주화가 된다고 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산업정책, 원자력 등 에너지 정책, 예산정책, 환율정책, 통상정책 등 모든 국가정책이 재벌들에 특혜를 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그 특혜구조는 우리의 ‘삶의 질’을 악화시키고 미래를 약탈하고 있다.





많은 예를 들 수 있다. 현재 23개까지 늘어난 원전을 46개까지 늘린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그런데 이 계획으로 인해 이익을 보는 곳이 어딘지를 따져보자. 일단은 원전을 건설하는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 재벌 건설회사들에 대형 일감이 생긴다. 현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원전수출도 마찬가지이다. 원전수출로 당장 이익을 보는 것은 건설회사들이다. 덤핑 수출을 해서 한국전력이 손해를 보든 말든 일단 건설회사들에는 대형 일감이 생긴다. 불투명한 계약내용으로 인해 논란이 되고 있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건설공사도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맡았다. 무려 6조400억원이 넘는 공사를 맡았는데, 그 공사로 인해 공기업이나 국가가 손해를 보지 않을까 염려된다.

그리고 이렇게 발전소를 지어 생산한 전기를 원가 이하로 재벌대기업들에 공급해 왔다.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10대 기업들이 전체 전기의 10%를 쓴다. 그런데 막대한 양의 전기를 쓰는 대기업들은 싼 전기요금으로 인해 큰 혜택을 보았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전기사용 상위 10대 기업들이 원가이하로 전기를 공급받아 본 이익만 하더라도 1조4847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사실상 이들 대기업에 그 금액만큼 현금을 준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토건사업으로 가장 큰 이익을 얻는 곳도 재벌대기업들이다. 재벌 건설사들은 4대강 사업 등 대규모 토건사업의 공사를 수주하고, 그 공사를 하도급주면서 막대한 이익을 챙겨왔다. 우리나라 공공부문이 토건사업에 들이는 돈은 매년 36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국에 도로를 닦는 것도 재벌 건설사들에 돌아간다. 그런데 국토해양부는 2015년까지 49조3000억원을 들여 더 많은 도로를 닦겠다고 한다.

농업을 희생시키면서 FTA를 체결한 것도 재벌대기업들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 곡물자급률이 26%대에 불과한 나라가 식량위기를 경고하는 목소리를 무시하며 공격적으로 FTA를 추진한 것은 경제적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집단이 없다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수출을 늘린다면서 고환율 정책을 유지한 것도 수출대기업들에는 막대한 이익을 안겨줬다. 세계적인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가 2009년도에 얻은 9조8000억원의 순이익은 고환율 정책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물론 고환율 정책은 서민들에게는 높은 물가로 돌아왔다.

이처럼 국가가 온갖 정책을 통해 재벌을 위한 특혜구조를 만들어주고 있는 상황에서 고작 기업지배구조 개선만으로 경제민주화가 되었다고 할 수 없다. 군사독재 시절에는 정치권력에 재벌이 붙는 형태의 정경유착이 있었다면, 이제는 재벌대기업들의 이익을 위해 정치인, 관료, 전문가들이 정책을 만들고 논리를 만들고 있다. 재벌을 위한 국가가 된 것이다.

그래서 경제민주화는 재벌대기업 중심의 정책구조를 깨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정치가 필요하다. 국민보다는 재벌대기업들의 이익에 기여해 온 국가관료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것도 필요하다.

국가가 지향하는 경제의 모습도 달라져야 한다. 더 이상 재벌대기업 중심의 경제로는 행복도 없고 미래도 없다. 진정한 경제민주화를 위해서는 농업을 살리고 협동조합과 같은 풀뿌리 경제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토건경제와 원전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이것이 진짜 경제민주화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경향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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