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부터 17일까지 충남 서산과 태안의 어민들이 서산에서 출발하여 경기도 정부과천청사까지 120㎞의 먼 길을 걸어왔다. 서산과 태안 사이에 있는 가로림만 일대에 추진 중인 대규모 조력발전소 때문이다. 말이 조력발전이지 바다 위에 거대한 댐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래서 주민들은 ‘조력댐’이라고 부른다. 사실상 대규모 토건사업이다. 경제적 타당성에도 의문이 있는 사업이다.
그런데 가로림만뿐만 아니라 강화, 인천만, 아산만 조력발전소도 추진되고 있다. 이미 건설된 시화호 조력발전소만 하더라도 세계 최대라고 하는데, 가로림만 조력발전소는 시화호의 2배 이상 규모이다. 나머지 조력발전소들도 엄청난 규모이다.
조력발전은 바닷물을 인위적으로 가두는 것이다. 밀물 때 물을 가두었다가 썰물 때 물을 흘려 보내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의 대규모 조력발전은 갯벌을 훼손하고 인근 생태계에 큰 혼란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이런 환경파괴 사업을 여러 군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밖에 없다.
서해안의 갯벌은 세계적으로도 보존 가치를 인정받는다. 그러나 새만금 사업과 시화호 사업이 그 갯벌들을 파괴해왔다. 그런데 정부는 그나마 남아 있는 갯벌조차 조력발전소 건설로 파괴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근본 원인은 한국사회의 토건이권 시스템에 있다. 한국은 어떤 명목으로 사업을 하든 결국 토건사업으로 귀결되는 사회이다. 조력발전소도 명목은 전기 생산이지만 실제로는 거대한 댐을 짓는 토건사업을 벌여 건설업체들에 이익을 주는 것이다.
4대강 사업도, 새만금 사업도 본질은 토건사업이었다. 조력발전소 건설도, 각종 댐 건설도 결국 토목업계의 배만 불려주는 것이다. 1기를 건설하는 데 3조원 이상의 돈이 들어가는 핵발전소 건설은 두말할 것도 없다. 제주 강정마을에 짓고 있는 해군기지도 토건사업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해군도 토건사업으로 인한 경제효과를 홍보하고 선전해서 제주지역의 여론을 얻으려고 노력했었다.
토건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은 비슷하다. 그 사업이 무엇이든지 간에 토건사업을 일으켜 얻을 수 있는 경제효과를 과장한다. 환경에 대한 영향은 축소하고 누락시킨다. 지역주민들에게는 정당한 보상을 하지 않는다. 그 대신에 일부 주민들을 돈으로 회유한다.
법제도의 문제도 심각하다. 한국의 법제도는 각종 명목으로 토건사업을 벌이는 것을 지원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 제도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각종 특별법으로 개발사업을 손쉽게 추진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문제이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도 늘 토건사업 중심으로 편성된다. 정치인들도 토건사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토건사업을 둘러싼 인허가는 부패의 연결 고리이다.
토건사업은 결국 사람들의 삶을 황폐화시키고 환경을 파괴한다. 당장은 보상금을 받더라도 생계의 터전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삶이 온전할 리 없다. 한번 파괴된 환경은 복원하기가 어렵다. 예를 들어 4대강 사업의 결과를 되돌리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인가? 보를 무너뜨린다고 해도 파괴된 하천생태계가 복원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 악순환을 어떻게 끊을 것인지는 결국 정치의 문제이다. 책임있는 정치세력이라면 ‘탈토건’을 위한 실현가능한 로드맵을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의지만 있다면 해결방법은 단순하다. 현재 논란 속에 추진 중인 모든 대규모 토건사업을 중단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제적 타당성과 환경영향평가 등은 독립적인 주체를 통해 새로 해야 한다.
4대강 사업, 새만금 사업처럼 이미 저질러진 일들에 대해서는 책임 소재를 가리고 복원 계획을 세워야 한다. 토건사업을 위해 만들어진 특혜성 법제도들은 모두 폐지해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토건예산은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이런 탈토건의 정치만이 자연환경과 지역공동체를 지킬 수 있다.<경향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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