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이전만 해도 ‘레드 콤플렉스’는 우리 사회의 미친 바람이었다. 사회주의의 ‘사’자나 마르크스의 ‘마’자만 나와도 금서(禁書)로 몰아갔다. 사교춤(social dance) 교본이나 막스 베버의 책이 빨간책으로 지목되는 일조차 벌어지기도 했다. 정부를 지지하지 않으면 사람이든 책이든 가리지 않고 빨간색부터 입힌 뒤 ‘아니면 말고’식으로 주리를 틀어댔다. 반공이 국시(國是)이고, 좌경용공세력 척결이 국가 정체성을 지키는 일이라는 구실이었다. 그런데 민주화를 넘어 선진화가 얘기되는 지금, 이런 구시대의 광풍(狂風)이 되살아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촛불’에 국가보안법을 들이대는 것도 모자라 우수도서에 ‘불온서적’의 주홍글씨까지 매다는 이명박 정부의 막무가내식 과거 회귀가 그렇다.
최근 국방부 장관의 이례적인 지시로 각 군마다 불온서적 수거명령이 떨어졌다는 보도다. 장병의 정신전력 저해 우려가 있다며 북한 찬양, 반정부·반미, 반자본주의의 세 항목으로 나누어 모두 23권을 불온한 책으로 꼽았다. 지난해 ‘올해의 책’에 선정된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에는 반정부·반미 딱지가 붙었고, 현기영의 소설 ‘지상에 숟가락 하나’와 삼성의 비리 의혹을 다룬 ‘삼성왕국의 게릴라들’은 각각 북한을 찬양하고 자본주의에 반하는 금서로 분류됐다. 대명천지에 금서의 존재 자체도 당혹스럽거니와 누가 어떤 근거로 이들 책에 빨간색을 칠했는지 어처구니가 없을 따름이다.
국방부는 이들 서적이 ‘반국가적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해명했다. 황당한 궤변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 궤변이야말로 시대착오적 미친 바람의 정체를 숨김없이 보여준다. 요컨대 이명박 대통령이 정부 비판을 국가 정체성의 위협으로 간주하겠다고 밝힌 소통불량의 국정철학이 그 바람구멍이다. 여기에 군·검·경은 물론 각부 장관들의 코드 맞추기 충성경쟁이 광풍을 키우는 형국이다. 불온서적 단속은 이 정부의 불온한 국정방향을 드러내는 역설인 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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