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친일 사전’에 정치 잣대 들이대는 편협함 |
입력: 2008년 05월 01일 00:04: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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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에 나라 잃은 설움으로 눈물 짓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항일(抗日)의 돌베개를 벴든, 부일(附日)의 영달을 좇았든 엄혹한 시절의 삶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온전했을 리 만무하다. 그러나 오늘과 내일도 살피는 역사는 어제의 눈물과 신산함에만 현혹되는 법이 없다. 한 시대와 삶의 자취를 차가운 사실(史實)의 저울에 올려놓고 가감없이 되돌아보는 게 역사다. 엊그제 친일인명사전 명단 발표는 성기지만 빠뜨리지 않는 역사의 엄정함을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물론 역사의 엄정함을 불편해하는 이들이 없을 리 없다. 150명의 전문가가 7년 작업 끝에 2차 추가명단을 발표하자 불거진 낯익은 반론들이 그렇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 화합 차원에서 친일문제는 공과를 균형있게 봐야 될 것 같다”며 심지어 “우리가 일본도 용서하는데…”라고 부정적 논평을 덧붙였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과거를 너무 지나치게 후벼 파는 것은 미래로 가는 발길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고 했다. 식민지근대화론을 편드는 뉴라이트 전국연합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흔드는 반국가적 행위”라는 험한 말도 내뱉었다.
사전을 만든 이들은 친일명단이 인물에 대한 전체적 평가가 아니라 허물의 과거에 대한 반성의 자료라고 강조하지만, 반대론자들은 반성 자체를 불편해 한다. 일제에 협력한 자발성·적극성·반복성·중복성·지속성을 잣대로 선정했다고 설명하는데도, 이들은 공과의 균형을 잃었고, 기준도 없다며 막무가내다. 해방되고 처음으로 친일의 허물을 밝혀 공과 과를 함께 살필 수 있게 됐는데, 명단 공개가 균형을 잃었다는 몰(沒)역사적인 반론을 펴고 있는 것이다.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는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7년에 걸친 검증 결과에 대해 막연하게 정치적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정치적일 뿐 역사적이지 못한 무교양주의의 소치다. 친일명단 공개에 대한민국 정체성과 가학사관(苛虐史觀)을 끌어들이는 것은 지난 허물에 대한 평가를 후손들에게 미루려는 비겁한 발상법이다. 진정 균형을 잃었다고 여긴다면 어떤 기준에 어긋났는지를 정교하게 따져 이의를 제기해야 옳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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