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노조 KBS 촬영거부 오늘 ‘대왕의꿈’ 촬영중단…미지급 출연료 13억 등 요구
"우리는 참 바보처럼 참아왔다. 수십년 동안 단 대사 두 줄에 즐거운 마음으로 밤잠을 설치며 가족들에게는 큰소리치며 연기에 임해왔다. 그리고 방송사를 믿어왔다. 하지만 사람에 대한 배신감이 얼마나 큰지를 알았다. 우리는 정말 바보였다. 이곳 KBS를 직장과 일터로 믿어왔다. 그저 연예인이 바보 천치들이니 하며 비굴하게 살아왔다. 하지만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이제 KBS를 향해 대투쟁을 선포한다. 오늘 물러서면 영원히 물러서게 된다”(차기환 연기자-전 방송연기자노조 부위원장, 12일 KBS 출연거부 출정식에서).
5000여 명의 방송탤런트, 연극인, 성우, 희극인, 연예매니지먼트, 무술인, 방송연기자 등으로 구성된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위원장 한영수)이 12일 아침부터 KBS 드라마와 개그·쇼프로그램에 대해 전면 출연거부(촬영거부)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방송연기자 노조에 소속된 연기자들은 이날 아침 KBS 수원센터를 점거하고 ‘대왕의 꿈’ 녹화를 중단시켰으며, 저녁 일일드라마 ‘힘내요 미스터킴’ 촬영도 거부했다고 이날 오후 차기환 전 연기자노조 부위원장이 전했다.
이와 함께 TV소설 <사랑아 사랑아>, 주말 드라마 <내 딸 서영이>, 아침드라마 <산 넘어 남촌에는2> 등 드라마 뿐 아니라 KBS의 간판 개그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오는 14일 촬영도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사상 초유의 대규모 불방사태로 이어질 것으로 방송연기자노조는 내다보고 있다.
|
 |
|
12일 서울 여의도 광장과 KBS 본관앞에서 열린 연기자노조 촬영거부 선언 출정식
이치열 기자 truth710@ |
|
방송연기자노조의 조합원 가운데 현재 KBS 드라마에 출연중인 이들은 최소 70~80%에 이른다.
이들은 지난 2009년 9월부터 2011년 2월까지 방송된 드라마 <공주가 돌아왔다>, <국가가 부른다>, <도망자>, <프레지던트>, <정글피쉬2>에 출연한 조합원들의 출연료 12억7400만 원을 KBS가 여지껏 지급하지 않고 있으며, 외주사의 출연료 지급을 보증하겠다는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이들은 계약서를 쓰지 않은채 촬영에 들어간 뒤 개별적으로 출연료를 후려치기하는 관행, 출연료 지연지급 관행 등 단체협약 위반 사례를 바로잡고, 출연료·수당을 현실화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한영수 방송연기자노조 위원장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촬영거부 투쟁 출정식에서 “오늘부로 모든 프로그램에 출연 거부에 나선다”며 “그동안 우리 연기자들은 민중의 삶에 희망의 등물이자 친구와 이웃으로 그 옆을 지켜왔다. 국민과 울고 웃으며 살아왔지만 기쁜 것은 잠시였다”고 개탄했다.
한 위원장은 “전라도와 경상도로 촬영있는 곳은 어디든 쫓아다니다가 교통사고로 발견된 시신을 지켜봐야 했다”며 “그러나 여기에 돌아오는 대답은 ‘너 아니고도 배우 많다’는 말이었다. 주면 주는대로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해온 날이 몇날 며칠이었던가. 이젠 일어나야 한다, 불의에 맞서 당당히 싸워야 한다. 파렴치한 KBS를 향해 맞서 싸우자. KBS를 국민의 방송으로 되찾아와야 한다”고 성토했다.
그는 “그동안 우리 (방송) 예술인들은 노동자가 아니라고 보호를 못받아왔다. 그렇다고 예술인 대접도 못받았다. 그저 딴따라 취급만 받아왔을 뿐”이라며 “KBS에겐 캐스팅권력과 방송권력이 있지만 우리에겐 상식이라는 무기가 있다. 일하고 임금달라는 것 뿐”이라고 덧붙였다.
|
 |
|
12일 서울 여의도 광장과 KBS 본관앞에서 열린 연기자노조 촬영거부 선언 출정식
이치열 기자 truth710@ |
|
이날 500여 명의 방송연기자들이 여의도공원에서 KBS 본관으로 행진할 때 가장 앞장섰던 원로 연기자 조춘씨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우리의 요구는 출연료를 지급하라는 정당한 요구”라며 “자신들 직원 같으면 봉급을 줄이기라도 하면 난리가 났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씨는 “하지만 연예인들은 뭔가. 주연급이면 몰라도 대사 한 마디하고 출연료를 받으려는 많은 연기자들에게는 통탄할 일”이라며 “이런 횡포자체를 꺾어야 한다. 이제 우리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씨는 이어 “그동안 KBS는 연기자를 인간 이하의 취급을 해온 것이나 다름없다”며 “자신들은 거액의 광고수익을 챙기면서 정당하게 출연한 이들의 출연료조차 지급하지 않고 있다. 이것은 착취나 다름이 없다”고 강조했다.
기정수 탤런트지부장은 “그동안 KBS가 우리 연기자들을 너무 무시해 왔다”면서 “방송사들은 단체협약을 체결해도 지키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조문식 코미디언지부장은 “<개그콘서트>의 경우 온갖 불법 탈법을 저지르면서 횡령하고 착복한 출연료와 수당만 최소 월 2억원 이상”이라며 이번 기회에 편성시간 초과 등 잘못된 관행을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벼르고 있다.
|
 |
|
12일 서울 여의도 광장과 KBS 본관앞에서 열린 연기자노조 촬영거부 선언 출정식
이치열 기자 |
/조현호 기자 <미디어오늘펌> | 
HOME > 게시판 > 평군대문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