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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세상]바로 지금 우리가 들어야 할 말 /신형철 문학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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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3 06:56:39, Hit : 55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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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 전에 정치학자 최장집은 이렇게 적었다. “이제 민주주의는 더 이상 사람들의 기대와 열정을 만들어 내는 단어가 아니다. 일반 국민은 물론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한 사람조차 한국 민주주의의 현 상황에 대해 무관심하고 냉담하며 비판적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그것은 민주주의를 통해 기대했던 것과 한국 민주주의가 실제로 가져온 결과 사이의 격차가 만들어 낸 실망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이 같은 실망이 현실 정치에 대한 환멸을 동반하면서 한국 민주주의를 위기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인 것이다.”(<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이런 진단과 함께 소위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라는 의제가 제기됐다. 민주화가 이루어진 이후에 오히려 민주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해졌다는 것. 1987년을 거치면서 우리의 대표를 직접 뽑을 수 있게 되었고, 1998년에는 민주개혁세력이 집권에까지 성공했지만, 어째서 한국의 민주주의는 냉소와 환멸의 대상이 되고 말았나. 국민의 뜻을 제대로 대의(대표)하지 못하는 왜곡된 정당 구조에 원인이 있다는 것. 그러므로 “정당 체제의 대표성을 확대하고 그 사회적 기초를 튼튼히 해야 하는 것이 오늘날 한국 민주주의의 핵심 과제”라는 것이다. 
한편 사회학자 고병권은 그의 책 <민주주의란 무엇인가>에서, 문제의 핵심은 대의제 발달과 함께 대의제로부터의 대중 추방이 동시에 일어났다는 데 있다고 지적한다. 1990년대가 그래서 중요하다. 대의제가 공고화되면서 동시에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또한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이 시기를 거치면서, 사실상 자신들을 대의할 방법이 없는 미성년자들, 이주노동자들과 같은 소수자들, 경제적으로 낙오돼서 정치적으로도 불평등한 조건에 처한 수많은 사람들은 대의제 바깥에 버려졌다. 대의제 강화만을 강조하면 이들은 계속 배제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서 ‘대의불충분성의 문제’뿐만 아니라, 아니 그것보다 먼저, ‘대의불가능성의 문제’가 또한 사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대의정치’라는 도식에 얽매이지 않는다면 우리가 지금 가장 주목해야 할 현상은 대의되지 못한 존재들의 직접 행동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대표적인 것이 ‘난입’과 ‘점거’다. 그것은 “대표들이 없거나 대표체제에서 배제를 경험한 이들이 자기 목소리를 강제로 들리게 하는 방법”이다. 이것은 한국의 대의제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하지 못했다는 불행한 증거인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한국 민주주의의 현실적 동력이 아닌가.
요점은 이것이다. 첫째, 제대로 대의되지 않고 있다는 것. 둘째, 대의되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 정치학이나 사회학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은 나에게 이 두 논의는 각자 강조하는 부분이 다를 뿐 서로 모순 관계를 이루는 것 같지는 않다. 즉 동시에 참인 명제로 보인다는 것이다. 다만 두 명제가 언제나 함께 존재해야 마땅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해 볼 따름이다. 이 두 명제는 함께 있을 때에만 상대방을 ‘참’으로 만들어줄 수 있지 않을까. 뒤집어 말하면, 다른 하나가 간과되고 어느 하나만 남으면 결국 둘 모두 불완전하고 공허해지는 것이 아닐까.
귀한 지면에 잘 알지도 못하는 이야기를 늘어놓는 까닭은 다른 것이 아니다. 둘 중 하나가 절대적으로 간과되고 있는 것 같아서다. 뉴스 채널들은 하루 종일 정치 토크쇼를 진행한다. 나는 좀 지긋지긋하다. 선거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우리가 듣지 못했던 말들을 바로 지금 들어야 하지 않나. 난입과 점거가 아니면 자신의 존재를 알릴 수조차 없는 수많은 이들의 말이 전파를 타야 하지 않나. 단식 중인 해고노동자들, 화장실에서 식사를 하는 대학청소노동자들, 쪽방촌 할머니들, 바로 그분들의 말을 듣고 싶다 <경향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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