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8회 한겨레부산국제심포지엄
‘2013 동아시아와 새 지역질서: 갈등을 넘어 화해의 시대로’
2012. 11. 21-22, 부산 누리마루 APEC하우스
기조연설(2012. 11. 21)
2013년체제를 위한 우리의 다짐
백낙청(서울대 명예교수, 한반도평화포럼 공동이사장)
1. 2013년체제와 2012년 대선
‘2013년체제’ 구상은 큰 욕심을 내는 일입니다. 2013년 2월 새 정부의 출범이 단순한 인물교체나 정권교체를 넘어 지난 4반세기의 역사를 또 한번 획기적으로 바꾸는 새로운 ‘체제’의 출발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니까요.
1987년의 6월항쟁으로 성립된 이른바 ‘87년체제’는 그에 앞선 4반세기 남짓의 군사독재시대에 비해 획기적으로 진전한 역사였습니다. 민주정치의 기본이 마련되고 노동자를 포함한 경제주체들의 자유가 증진했으며 남북관계가 크게 발전했습니다. 이러한 87년체제가 지금도 잘 돌아가고 있다면 2013년의 새 정부가 들어와서 더 잘하면 되지 굳이 2013년체제로 전환하자는 것이 과욕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87년체제가 말기국면의 혼란을 겪기 시작한 것은 이명박정부 이전부터입니다. 2008년 한나라당의 재집권으로 새로운 단계로의 도약이 봉쇄되면서 나라 전체의 혼란상이 극에 달한 것일 뿐이지요. ‘경제적 자유화’는 1997년의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경제적 강자들, 그중에서도 소수 재벌들만의 자유로 치달았고, 이명박정부 아래 그런 쏠림과 불공평이 더욱 극심해졌습니다. 2007년까지만 해도 그나마 진행을 멈추지 않던 정치적 민주화와 남북관계 발전은 2008년 이후 중단되거나 역전되었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나라 안팎에 이유가 많습니다만 저는 6월항쟁이 비록 위대했으나 분단체제 속의 남한에 국한된 시민혁명이었다는 한계를 특히 주목하고자 합니다. 87년의 민주화로 1961년 이래의 군부독재를 마감했고 분단체제에도 일격을 가했지만, 독재정권의 기반을 이룬 1953년의 정전협정체제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남북관계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데에조차 이르지 못했고, 따라서 분단체제의 기득권세력을 제대로 제압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2007년의 대선과 2008년 총선에서 저들의 총반격에 직면했고 그 결과 오늘의 난맥상을 겪게 된 것입니다.
이처럼 수명을 다한 낡은 체제가 또 한차례 연장될 것인지 아니면 드디어 우리 힘으로 새 시대를 열어나갈 것인지를 결정할 대사건이 올해 12월의 대통령선거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1987년 대선보다 이번 대선이 더 중요한 선거라 할 수 있습니다. 87년에는 6월항쟁과 7~8월 노동자대투쟁 그리고 새로운 민주헌법의 제정으로 87년체제의 큰 윤곽이 결정된 뒤에 대통령을 뽑았습니다. 선거의 쟁점은 6월항쟁 성취의 뒷감당을 군인출신의 노태우 후보와 민주화세력의 대표자 중 누가 할 것인가였고, 이른바 양 김씨의 분열로 민주화세력이 뼈아프게도 패배했습니다. 이는 민주화세력에 큰 타격이었고 우리 정치사에 두고두고 후유증을 남긴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노태우 대통령도 민주화의 큰 흐름을 뒤집지는 못했습니다. 그의 집권기에 민주화와 자유화가 그 나름으로 진행되었고, 남북관계 발전과 냉전외교 탈피에서는 괄목할 성과를 남기기조차 했습니다.
반면에 2012년 대선은 도대체 2013년체제라는 것이 출범이나 할 수 있을지를 판가름하는 선거입니다. 비유컨대 ‘4•13호헌선언’을 관철하려는 세력과 그에 맞서 독재헌법을 폐기하고 새로운 세상을 열려는 시민들이 운명을 건 한판 승부를 벌이는 형국입니다. 다만 87년 6월항쟁으로 민주헌법과 대통령직선제를 쟁취한 한국사회이기에, 이번에는 길거리가 아닌 투표장에서 승패를 가리게 되었습니다. 또한 낡은 것을 지키려는 세력이 당시의 전두환 대통령보다 덜 솔직해서, ‘미래’를 말하고 ‘변화’를 말하며 심지어 ‘경제민주화’까지 들먹이지요. 낡은 시대의 기본골격을 안 바꾸기 위해 그 정도로 바뀌는 모양새는 취해야 함을 그들은 잘 알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매사에 여•야로 편을 갈라놓고 자기 진영의 승리에만 골몰한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그런 것이라면 87년체제의 또다른 구태에 불과하겠지요. 하지만 저 자신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선거승리에만 몰입해서는 선거승리조차 힘들다는 점을 거듭 강조해왔습니다. 입으로는 ‘희망2013’을 말하면서도 몸은 오로지 ‘승리2012’에만 빠져듦으로써 승리를 놓친 19대 총선의 쓰라린 교훈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번 대선이 2013년체제 건설을 위한 절체절명의 고비임을 강조하는 것은, 바로 그렇게 중요한 선거이기 때문에 우리가 2013년체제를 향한 다짐과 공부를 한순간도 놓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2. 새 시대의 화두 ‘시민참여’
국정운영에 대한 주권시민의 참여는 민주주의의 기본입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국민참여를 유달리 강조해서 ‘참여정부’라 자칭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시민참여가 새삼스러울 게 없는 주제인데 이를 ‘새 시대의 화두’로 내세우는 까닭이 무엇일까요?
그것은 2013년체제의 민주주의는 한 차원 달라진 민주주의이며 모든 방면에서 시민참여가 확대된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다지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바람이 막연한 꿈이 아니라는 사실은 오늘날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앞서 올해의 대선이 87년 대선보다 오히려 더 중요하다고 말했는데, 이번 대선국면의 시민참여는 그 양과 질에서 모두 그때와 판다릅니다. 87년 선거에 주요 후보들이 각기 엄청난 대중을 동원했고 유세청중의 열기도 대단했습니다. 그러나 시민들의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참여는 6월항쟁과 7~8월 노동자대투쟁을 마치고 선거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출마한 정치지도자 위주의 동원체제로 바뀐 거지요. 따라서 지도자들끼리의 단일화 논의가 결렬됐을 때 대중은 거의 속수무책이었습니다.
2012년 대선국면의 두드러진 특징은 이른바 ‘안철수 현상’입니다. 기성 정당에 의해 조직되지도 인도되지도 않은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양대 정당 후보에 맞먹는 제3의 후보를 불러 세운 것입니다. 이로써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몇년째 압도적 1위를 지켜오던 여당 후보의 대세론이 꺾였고, 이명박정부와 집권당에 대한 국민의 염증에도 불구하고 도무지 맥을 못 추던 제1야당에 기사회생의 기회가 돌아왔습니다. 안철수 후보가 안철수 현상을 제대로 감당해서 야권 단일후보가 되는 데 성공하건 못하건, 한국정치의 지형이 시민참여에 의해 이미 크게 바뀐 것입니다.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될지는 알 수 없으나 수구보수세력의 일부와 손잡고도 가까스로 당선됐던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과 달리, 이제는 잘하면 민주개혁세력만의 연합으로도 집권을 내다볼 수 있는 지점에 도달한 것입니다.
이는 또한 2013년에 새로운 민주정부가 탄생했을 경우 대통령이 안철수든 문재인이든 높은 수준의 시민참여가 지속됨으로써만 새 정부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을 것임을 말해줍니다.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다수당이 되었기에 더욱이나 그렇습니다. 이번 대선에서 적극적인 시민참여와 높은 투표율로 확실한 승리를 거둠으로써만 다음 대통령의 지도력이 확보될 것이며, 동시에 대통령도 국회도 관료사회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일반시민들의 영역이 확장되어야 합니다.
남북관계와 관련해서 이 문제를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지요. 지금은 박근혜 후보를 포함해서 모든 후보가 남북관계 개선을 약속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이명박정부의 대북정책이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하게 되었다는 뜻이지요. 하지만 저는 다음 정부가 대북포용정책을 얼마나 복원하느냐보다, 대통령이나 정부의 결정으로 쉽게 바꿀 수 없는, 질적으로 다른 시민참여형 포용정책으로 전환하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대북정책에서 민관협치를 보장하는 여러가지 제도적 장치가 논의되고 있습니다만, 관건은 시민참여형 통일과정이야말로 ‘한반도식 통일’의 역사적 변별점임을 인식하는 일입니다. 동시에 정부주도 통일에서는 우리가 베트남, 독일, 예멘에 한참 뒤처진 낙제생이었지만,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에서 단계적인--즉 6•15공동선언 제2항의 표현대로 ‘연합’ 혹은 ‘낮은 단계의 연방’이라는 중간단계를 거쳐서 진행되는--초유의 통일과정에 합의함으로써 시민참여형 통일과정이라는 전혀 다른 유형의 길을 개척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계적인 통일에 대한 합의가 시민참여의 공간을 열어놓았다면, 시민참여가 활성화될수록 중간단계의 수효도 늘어나고 각 단계 사이의 경계도 모호해지기 마련입니다. 다시 말해 연방에도 낮은 단계와 높은 단계가 있듯이 연합도 ‘낮은 단계의 연합’이 가능하며 ‘덜 낮은 단계’ ‘더 높은 단계’ 등으로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연합이건 연방이건 정부당국자가 결정해서 선포하는 사건 중심으로 생각한다면 이렇게 세분하는 게 우습겠지요. 하지만 일반시민들이 통일과정에 다각적으로 참여하면서 남북간 결합의 수준을 차츰 높여가는 과정이라면 그러한 과정을 얼마나 끈질기게 지속하며 어떤 내용으로 채워가는지가 특정 대목에서의 공식적 선포행위보다 본질적이 됩니다. 요는 ‘시민참여형 통일과정’이 막연한 구호에 머물지 않으려면 이처럼 교류•협력•연합의 수준을 끊임없이 높여가는 전방위적 노력이 필요하며, 그 일차적 목표는 어느 날 문득 이루어지는 ‘낮은 단계의 연합’ 선포에 두는 것이 현실적일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여기서 몇가지 분명히 해둘 점이 있습니다. 첫째 그러한 전방위적 노력에는 당국 차원의 작업이 당연히 들어가지, 시민참여형이라 해서 시민들이 정부를 제쳐두고 통일작업을 수행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중주도’라는 표현을 더러 쓰기도 하는 것은 통일과정에의 시민참여가 딱히 통일운동이나 대북사업에의 참여만을 뜻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2013년 이후의 새로운 남북관계 자체가 그동안 남북관계 발전을 완강하게 막아온 세력에 대한 유권자들의 단죄로부터 출발할 터이며, 정전협정뿐 아니라 분단체제 온존에 복무하는 온갖 국내 제도와 조건을 제거하는 개혁작업을 수반할 것입니다. 셋째 시민참여형 통일과정을 말할 때의 ‘시민’은 분단체제 극복작업에 동참하는 기업인 등 시장주체들도 망라하는 넓은 개념입니다. 이는 대북사업과 관련해서 특히 중요합니다. 실제로 경제협력의 경우, 남북교류협력기금에 의존하는 시민단체들보다 북한 내륙에 진출하여 위탁가공 또는 합영사업을 벌인 민간기업인들이 실물경제상의 공헌도 훨씬 컸을뿐더러 여러 모로 시민적 논리에 더 충실한 활동을 해왔음을 한 기업인(안동대마방직 김정태 회장)은 역설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한국사회 내부의 민주적 시민참여 확대와 한반도 차원에서 남북연합의 점진적 건설과정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2013년체제의 본질적 특징을 이룰 것입니다. 덧붙일 점은, 남북관계뿐 아니라 국제적 현안으로 떠올라 있는 북핵문제도 남북연합 건설작업의 진행 없이는 온전한 해결을 기대할 수 없으리라는 것입니다. 저는 “한반도문제가 비핵화라는 당면과제에 집중됨으로써 남북연합을 위한 시민운동의 현실주의적 타당성이 오히려 더 확실해진다”(졸저 『2013년체제 만들기』, 창비 2012, 제5장 121면)고 주장한 바 있는데, 여기서는 그 주장을 되풀이만 하는 데 그치겠습니다.
다른 한가지는 남북의 경제연합 관련입니다. 국가연합이 어려우니 경제연합부터 먼저 하자는 주장도 있는데, 이것이 남북연합 건설과정에서 경제가 특히 중요하다거나 ‘경제연합’이라는 수사적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경협을 확대하자는 뜻이라면 얼마든지 수긍하겠습니다. 그러나 그 이상의 ‘남북경제연합’을 공식적으로 결성하기로 한다면 그것 자체가 일종의 남북연합이 되는 것이며, 실제로 ‘낮은 단계의 연합’을 만드는 일과 떼어 생각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정경분리’는 경협을 그때그때 정치정세의 변화에 흔들리지 말고 추진하자는 뜻이지, 큰 틀에서 정치적 타결 없이 경제협력이 순조로울 수 없습니다. 노태우 정부 때 남북경협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도 북방정책과 유엔동시가입, 남북기본합의서 등 정치적 결단이 있었기 때문이고, 2000년대 들어 남북의 민간교류와 경제협력이 크게 늘어난 것 역시 6•15공동선언, 특히 그 제2항의 정치적 합의가 선행했기 때문입니다. 2013년체제에서의 경제연합 건설도 시민참여형 통일과정의 일부로서의 남북연합 건설작업과 병진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3. 동아시아의 새 지역질서와 2013년체제
2012년과 2013년 사이에 6자회담 참가국 모두가 최고지도자의 교체나 재선임을 겪고 있습니다(북조선은 2011년 말이었지만). 그러나 ‘2013년체제’는 한국 상황에 근거한 개념으로서 동아시아 또는 세계에 포괄적으로 적용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오히려 한국의 2013년체제가 변동기를 만난 주변국이나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사안별로 고찰하는 것이 한층 과학적인 접근일 것입니다.
여기서 그러한 사안별 작업을 수행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동아시아 새 지역질서와 관련해서 몇마디 개략적인 성찰을 보태는 것으로 저의 발표를 마칠까 합니다.
먼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대한민국은 이미 ‘약소국가’의 반열을 떠난 지 오래며 이땅에 어떤 정부가 들어서고 어떤 사회가 건설되느냐에 따라 세계 전체에 대해서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동아시아라면 더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예컨대 일본의 경우가 있습니다. 일본은 정치권의 계속적인 혼미와 우경화 속에서도 3•11 대지진과 후꾸시마 원전사고 이래 시민들의 직접행동이 전에 없는 활기를 띠고 있는데, 한국에서 2013년체제가 성립하지 못한다면 그런 활기가 응분의 결실을 맺기 어려울 것입니다. 미국과 중국 같은 큰 나라들 사이도 한국이 북측과의 대결자세를 고수하며 한미군사동맹을 강화하고 미중대립을 부추기는 경우와, 그 반대로 한•중, 한•미, 남북 관계들을 고루 원만하게 끌고 가는 균형외교를 선택하는 경우가 크게 다른 결과를 낳기 십상입니다. 아무튼 이명박정부 5년간 확실히 보여준 것 한가지는 적어도 한반도 문제에서 남한정부의 주도력--관계발전을 가로막는 비토파워가 위주였지만--이 만만치 않고, 그 파급효과는 한반도뿐 아니라 동북아 내지 동아시아 전역에 미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저는 2013년체제의 일환으로 출범할 정부의 역할보다 그 체제를 건설하고 지탱하는 핵심요인으로서의 시민참여가 동아시아 새 지역질서에 어떤 의미를 가질지를 더욱 주목하고 싶습니다. 동아시아에는 시민사회가 제법 활성화된 나라도 많습니다만, 중국이나 북조선 같은 일당지배 국가를 포함해서 평균한다면 예컨대 유럽에 비해 시민사회가 덜 발달된 상태라 봐야 할 듯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유럽연합과 같은 국가단위로 결합된 지역연대가 동아시아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여건이 ‘아직’ 덜 갖춰져서 그런 게 아니라 중국 같은 왕년의 제국이자 일종의 문명권에 해당하는 지역단위가 하나의 국민국가로 참여하는 국가연합은 성립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것입니다. 따라서 동아시아의 지역연대는, 국가들 간의 합의와 조정을 당연히 수반해야 하지만, 국가연합보다는 국경을 넘나들며 실제로 이루어지는 사람과 물자와 문화의 교류 및 융합에 기반하여 형성되는 ‘시민참여형’ 연대에 무게를 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때 남북간의 경계선을 일단 그대로 둔 채 시민들이 주도하는 한반도의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재통합을 통해 남북의 경계선을 덜 살벌하고 폐쇄적인 것으로 만들며, 나아가 한반도와 주변 지역과의 교류와 협력도 훨씬 밀접해지는 새로운 국가형태를 창조해가는 ‘한반도식 통일’이 시민위주의 아시아 지역질서 형성에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습니다. 나아가 동아시아 시민사회의 중요한 연락중심이 이곳에 자리잡을 것입니다. 그때야말로 우리 한반도는 백범 김구 선생이 염원하던 ‘높은 문화의 힘’을 가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될지도 모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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