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HOME > 게시판 > 평군대문글
|
 |
| |
 |
|
 |
|
사대주의 받아쓰기의 달인들 |
|
2008-10-30 06:57:47, Hit : 4440 |
|
|
 |
|
 |
미국과 서방시스템 시대 추종의 비극
"그린스펀의 기적적인 치료”, “그린스펀의 황금같은 말”, “그린스펀, 우리의 대사제.” 18년 6개월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연준) 의장으로 ‘경제 대통령’, ‘사상 최고의 중앙은행 총재’, ‘경제계의 현자’ 등 갖은 수식어를 달고 다녔던 앨런 그린스펀. 한국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 2006년 1월31일 퇴임할 때까지 국내언론들도 “왜 우리에겐 그린스펀 같은 사람이 없냐”는 볼멘소리를 해대기도 했었다. 연준의 이자율 조정 등 그린스펀의 처방 발표가 있을 때면 번번이 그를 칭송하는 기사들을 접하기가 어렵지 않았고, 각종 매체들은 그와 관련한 책들을 앞다투어 소개했다.
그랬던 그가 미국발 전세계 금융위기의 ‘공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린스펀은 지난 23일(현지시각) 미 하원 ‘감독과 정부개혁 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타를 받으며 “은행 등 금융기관이 주주와 자산을 보호할 능력을 갖고 있다고 여겼다. 내가 실수했다(I made a mistake).”, “(내 이론의) 결함을 발견했고, 그 때문에 매우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시장만능주의자’로 대변되던 그가 모기지 관련 상품에 대한 투자은행들의 ‘과잉수요’와 ‘부적절한 전산 데이터’ 등에 책임을 돌리기는 했지만, 파생상품 규제에 반대했던 정책도 잘못이었음을 시인하기도 했다.
퇴임 후 한동안 후임인 벤 버냉키 현 연준 의장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가졌다는 식의 외신보도를 그대로 받아적으며 그의 노후를 화려하게 장식해주던 국내언론들의 보도행태를 되돌아본다면, 반성해야할 사람은 그린스펀뿐만이 아닌 듯하다. 이는 당시에 현재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금융위기를 예측할 수 있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서방 특히 미국의 주류언론보도를 무비판적으로 받아쓰며 그들의 지배논리를 나팔수가 되어 재생산하는 구조가 문제라 할 수 있다.
격이 다른 받아쓰기의 달인
이뿐일까. 성공하는 여성상은 딱 책제목처럼 “힐러리처럼 일하고 콘디(콘돌리자 라이스)처럼 승리”하는 여성이어야 하고, ‘멋있는 부자’들인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은 이제 거의 성인의 반열에 올랐다 할만하다. 한국경제의 대외의존도(무역규모/국내총생산)가 75.1%에 이르는 데다 수치로 환산하기 어려운 미국의 영향력을 고려한다 해도 미국 정치경제계를 향한 일종의 숭배에 가까운 ‘헌사’들은 아무리 그러려니 해도 심히 부담스러울 때가 많다. 한편 언제 그랬냐는 듯, 난 안 그랬다는 듯, ‘신’에서 ‘범죄자’로 그린스펀을 부침개 뒤집듯 하는 걸 보면 그들은 두꺼운 얼굴을 가진 받아쓰기의 달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웃음이 나올 정도다.
우리 사회 내부의 미국 사대주의에 대한 경종이 비단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 한 관변단체가 서울 남산 자유센터 앞마당에 이승만 동상 건립을 추진한다는 소식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미 하버드대의 한국문제전문가였던 그레고리 핸더슨(1922~1988)이 그의 논문 「주한미군 작전지휘권의 정치적 위험요소」(1987)에서 묘사한 이승만의 모습은 그가 사대주의 흐름의 오래된 뿌리 중 하나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한국전쟁 당시 주한미대사관 문정관이던 핸더슨이 전쟁 발발 직후 한국군의 작전지휘권 이양에 대한 내용을 기록한 것이다.
“1950년 7월15일 서울에서 급히 체결된 이 협정은 체결과정부터가 아직까지는 표면화되지 않았던 분노를 자아내게 할 요소로 가득 차 있다. 주한미사령관을 지냈던 스틸웰장군은 이 협정을 ‘이 지구상에서 가장 경이로운 주권의 양도’라고 묘사했다. 이승만이 맥아더에게 써주었다는 작전권 이양에 대한 편지는 명백히, 완전히 그리고 모두 미국이 초고를 잡아준 것이다.”(오연호 책, <우리현대사의 숨은그림찾기>에서 재인용, p.206, 월간말, 1994)
이미 반세기전, 급이 다른 받아쓰기를 보여준 그의 동상을 남산에서 마주치게 된다면 어떤 감상에 젖어들까
<자주민보펌> |
|
|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