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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도넘은 종북 공세…천안함 논란까지 싸잡아 비난/안창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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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29 03:36:26, Hit : 45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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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통령 “북한보다 종북이 더 문제”
“종북세력” 표현쓰며 작심 발언
합리적 의심도 종북으로 몰아
연말 대선 앞두고 야권 타격 뜻
검찰 수사에 ‘지침’ 내린셈
대대적 공안몰이 이어질 우려
이명박 대통령이 28일 “북한의 주장도 문제지만 이들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하는 우리 내부의 종북세력은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천안함 사건에 대한 정부 발표에 의구심을 나타내는 이들에 대해서까지 ‘종북세력’이라는 딱지를 붙이려 해 논란을 낳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아침 라디오 연설(제91차)에서 이렇게 말하고,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해서 변화를 요구하듯이, 선진국 대열에 선 대한민국에서 국내 종북주의자들도 변해야 되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이 ‘종북세력’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비판한 것은 취임 이래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연설의 첫부분에서 지난 14~15일 미얀마 국빈 방문 당시 아웅산 테러 현장을 찾았던 얘기를 꺼내며 “이분들이 누구 손에 목숨을 잃었는가 생각하면 정말 울분을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이 아웅산 테러 사건을 한국의 자작극이라고 주장했다는 점을 지적한 뒤, “2010년 천안함 폭침 때도 명확한 과학적 증거가 나왔음에도 북한은 똑같이 자작극이라 주장했다”고 했다. 이어 “늘 그래왔던 북한의 주장도 문제이지만, 이들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하는 우리 내부의 종북세력은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종북세력’이 ‘북한의 자작극 주장’을 반복한다고 하면서, 정부 발표에 의구심을 가진 사람들 전체를 종북세력으로 몰아가려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그러나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지난해 7~8월 전국 성인남녀 1201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한 정부 발표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33.6%에 불과했다.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35.1%였고, “모르겠다”는 응답이 31.3%였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정부 발표에 의구심을 내보이고 있는데도, “북한의 주장에 동조한다”고 몰아간 셈이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아웅산 테러, 칼기 테러와 달리 천안함 문제는 합리적 의심을 제기한 것이라 분리해 봐야 한다”며 “‘종북세력’이라는 이념적 용어를 앞세워 대북 정책 무능력의 알리바이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이처럼 ‘내부의 종북세력’을 거론하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선 것은 일단 최근 여론 동향에 비춰 손해 볼 게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국민 일반의 정서가 종북세력을 비판하고 있다”며 “이 대통령의 발언은 그의 연장선에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이면엔 최근의 통합진보당 사태와 관련해 ‘종북세력’을 부각시킴으로써 대선 국면에서 야권 연대를 공격하고 야권 전체에 타격을 주려는 정치적 의도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통합진보당 사태가 원래 당 내부 경선 부정 문제에서 촉발됐음에도 보수언론들이 종북세력 비판에 더욱 집중하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하는 셈이다. 또 검찰이 통합진보당 당원 명부를 압수하는 등 수사의 강도를 높여가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직접 종북세력 비판에 앞장섬에 따라 검찰의 종북세력 수사로 이어질지 눈여겨보는 시각도 있다. 이 대통령이 검찰에 ‘종북세력을 척결하라’는 일종의 수사 가이드라인을 던지면서 공안 몰이를 지시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신경민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이 색깔론 공세에 편승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대통령은 검찰의 부당한 야당탄압, 민간인 불법사찰과 조직적 은폐, 측근비리, 언론사 파업에 대해 답을 기다리는 국민을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통합진보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 이정미 대변인은 논평에서 “통합진보당 내부 문제를 계기로 정부의 지난 실정을 가리고 이념공세로 기사회생의 기회로 삼으려 했는지 모르지만 국민이 진보정당에 바라는 것은 색깔론과 아무 관계 없다”고 반박했다.
결국 이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여러 측면에서 임기 말 ‘안보 장사’라는 지적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29년 전 벌어진 아웅산 테러 사건을 가지고 “울분을 참을 수 없다”고 한 것은, 두차례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되는 등 그동안 크게 변화한 남북관계를 고려하지 않는 태도다. 여권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상돈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은 이날 아침 라디오 인터뷰에서 “(종북세력 논쟁은) 양날의 칼과 같다”며 “지나치게 이념대립으로 몰고 가면 일각에서 지나치지 않느냐는 비판적인 시각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안창현 기자<한겨레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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