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연일 법치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정부가 시장 개방, 공기업 민영화, 언론 및 인터넷 단속 강화 등 보수적인 정책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국민적 반발이 거세지자 이를 제어하기 위한 방편으로 ‘법치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어제 사법 60주년 기념식에서 “나라의 선진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법과 질서가 제대로 지켜져야 하며 정해진 절차와 원칙에 따라 권한이 행사되고 책임이 이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법부에는 “사법의 포퓰리즘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문했다. 판결 과정에 정부의 정책기조를 반영해달라는 취지로 이해된다. 이 대통령은 전날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회의에서도 “임기 중에 정말 법질서를 지키는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며 같은 취지의 말을 한 바 있다.
정부도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법질서 확립방안’을 통해 이 대통령 방식의 법치 대책을 다수 쏟아냈다. 인터넷 문화를 위축시킬 사이버 모욕죄 신설을 강행하고, 집회·시위를 규제하기 위한 각종 입법을 추진하며, 검찰·경찰·국세청 등 힘있는 기관들을 총동원해 합동수사 태스크포스를 설치한다는 것 등등이다. 표현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는 것과는 정반대로 가겠다는 선언이다.
정부가 앞장서 법치주의를 노래부르는 것은 온당치 않을뿐더러 불순하기까지 하다. 그것은 법치주의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됐다고밖에 볼 수 없다. 본디 법치주의는 권력자의 자의적인 법집행을 견제하기 위해 도입된 개념이다. 그럼으로써만 국민의 기본권을 지킬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정부가 공권력 행사를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법치를 내세움으로써 법치주의의 취지를 변색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 정부는 출범 이후 법치와는 다른 길을 걸어왔다. 촛불시위를 무차별 진압하고, 시민단체나 노조를 적대시하는 시책을 마다하지 않았다. 정부가 앞으로도 이런 태도를 버리지 않는다면 사회적 불만과 갈등은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 당사자들이 저항한다고 정부가 법치주의의 이름으로 뭉개려 들면 진압과 투쟁이 반복되는 악순환 속으로 빠져들고 말 것이다.[경향 사설/9월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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