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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박산성' 어청수: 공안정국의 진두 지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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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21 23:37:16, Hit : 44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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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을령의 시사인물 포커스] 1980년대 식 진압을 주도한 MB정권의 충복
"두고보세요 싸움만 할테니까"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한 후배가 이런 말을 했다. "두고 보세요. 5년 내내 국민들과 싸움만 할 테니까." 그 후배는 당시 이명박 대선 후보의 공약이었던 대운하와 공공기관의 민영화 계획을 두고 이런 말을 했지만, 신기하게도 이 말은 맞아떨어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지 6개월을 훌쩍 넘긴 지금, 이명박 정부는 국민과 '싸움' 중이다.
이 후배는 의경 출신이다. 1996년 연세대 사태 때 그는 현장에서 시위대와 맞선 이력이 있다. 그때 연세대 안에는 후배의 대학동기가 식사도 못하며 굶고 있었고, 이 후배는 방패와 곤봉으로 완전무장을 한 채 시위대와 맞서고 있었다. 물론 그들은 서로가 같은 공간 안에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때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불행'이란 단어를 떠올린다. 그리고 전·의경이 참 불쌍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창 나이일 때 학생들, 농민들, 노동자들, 국민들과 맞서야 하는, 그들의 번뜩이는 눈빛과 맞서 역시 눈빛에 살기를 띠어야 하는 것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그런데 그 불행한 일이 이명박 정권 들어와서 더욱 심화되고 있다.
정부가 국민과 싸움을 하게 되면 최일선에 나서야 하는 것이 전·의경이다. 폭력을 휘두르게 되는 것도 전·의경이다. 2008년 6월 1일 촛불집회 현장에서 발생한 서울대 여학생에 대한 구타 역시 전·의경이 벌인 일이다. 당시 경찰청은 폭력을 휘두른 그 의경과 직속상관을 징계했다. 그러나 강도 높은 진압을 명령했던 경찰 수뇌부는 '실수였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날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이뿐인가. 2008년 5월부터 계속되고 있는 촛불집회 현장에서 발생한 무수한 인권유린 사태에 대해서는 귀를 닫았다. 대신 검거실적에 따라 포상을 주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물대포와 진압봉, 방패, 소화기 등을 이용해 시위 진압에 나섰다. 일반 시민은 물론 야당 의원들까지 경찰에게 폭행을 당해야 했다. 경찰의 수장인 어청수 경찰총장은 "1980년대식 진압을 해볼까 싶다"란 말을 서슴지 않고 해대고 있다. 야당으로부터, 국민들로부터 퇴진 압박을 받는 게 당연한 듯싶지만, 이명박 정부는 여전히 그를 경질하지 않고 있다. 공안정국, 정치경찰이란 말이 다시 들리고 있는 이 상황. 과거로의 '몹쓸' 회귀다.
공안정국 쌍끌이
정태춘은 <92년 장마, 종로에서>란 노래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다시는 종로에서 깃발 군중을 기다리지 마라 기자들을 기다리지 마라 …… 다시는 시청광장에서 눈물을 흘리지 말자 물대포에 쓰러지지도 말자"라고. 이 노래가 나온 것이 1992년이다. 정태춘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2008년 현재 종로에는 깃발 군중과 기자들로 북적이고, 시청광장에서 눈물을 흘리는 집회 참가자들이 물대포에 쓰러지고 있다.
경찰은 촛불집회 참가자들에 대해 강경진압을 천명했고, 무수한 폭력이 동원됐다. 비폭력 기조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이들에게, 일부 폭력 시위를 하는 이들을 설득해 비폭력 시위를 하도록 만드는 이들에게 경찰은 인도를 벗어났다는 이유로 무차별 연행을 했고, 물대포에 첨가한 색소가 묻었다는 이유로 떡볶이를 먹고 있던 시민까지 연행했다. 초등학생부터 노인까지 닭장차에 실려 가는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 진압봉과 방패에 맞아 부상을 입은 시민들이 넘쳐나고, 국민과의 소통을 가로막는 컨테이너 장벽, '명박산성'까지 등장했다. 그 선봉에 어청수 경찰청장이 보무도 당당하게 서 있다.
어청수 경찰청장은 김경한 법무부 장관과 함께 '공안정국 쌍끌이'라 불린다. 『경향신문』은 2008년 6월 26일자 「김 법무, 어청장 '공안정국 쌍끌이'」란 기사에서 김경한 장관과 어청수 청장이 공안정국을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1955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어청수는 진주고와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73학번)를 거쳐 1980년 간부후보 28기로 경찰에 입문했다. 이후 2001년 11월 경무관으로 승진하고, 2004년 1월에는 치안감으로 승진해 청와대 치안비서관으로 임명됐다. 같은 해 8월에는 경남지방경찰청장에 임명됐고, 2005년 1월에는 부산경찰청장에 임명됐다.
부산경찰청장 시절, 어청수는 2005년 11월에 있었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의 경비를 맡았다. 이때 APEC 반대 시위대의 진입을 막기 위한 컨테이너 성벽이 처음 등장했다. 농민시위 때 전경버스가 불타는 것을 보고 고안했다던 컨테이너 성벽에 대해 어청수는 성공적이었다고 평했다.
2006년 2월 경기경찰청장에 임명된 어청수는 평택 미군기지 이전 반대시위를 폭력적으로 진압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후 경찰대학장을 거쳐 2007년 5월 서울경찰청장에 임명됐다. 서울경찰청장 시절, 경찰이 정동영 선거캠프에 압수수색을 펼칠 때 정동영 측의 최규식 의원에게 압수수색 사실을 50분 전에 미리 통보해 물의를 빚었으며, 2007년 12월 불시에 기자실을 폐쇄한 뒤 기자들과의 면담을 거부하다 대선이 끝난 후 기자들과의 면담을 요청해 "속보이는 변신"이란 비판을 받기도 했다.1) 또한 경찰청장 후보로 취임을 10여 일 앞두고 있던 때인 2008년 1월 29일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의 지역구 모임에 참석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경찰청장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코드 맞추기
2008년 2월 11일 경찰청장에 임명된 어청수는 취임식 자리에서 "경찰이 중심이 돼 시민의 힘으로 범국민적인 질서회복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며 "정당한 공무집행에 대한 도전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2) 이즈음 어청수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 면담을 가졌는데 당시 이명박 당선자는 "경찰이 시위대에 매를 맞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며 불법 시위에 엄정하게 대처할 것을 당부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불법·폭력 시위가 현저히 줄어드는 상황에서, 대통령 당선인이 왜 갑자기 이런 발언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3) 당시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이명박의 말은 어청수에 의해 실천에 옮겨졌다.
경찰청장이 된 어청수는 곧 이명박 대통령과 코드 맞추기에 들어간다. 어청수는 취임 직후 열린 전국경찰지휘관회의에서 사안별로 즉결심판제도 도입이 가능한지 검토하라고 지시했고, 경찰은 불법·폭력 시위 단순참가자 등 '기초질서 위반 사범'과 폴리스라인을 넘는 집회 참가자 등에 대해 즉결심판 적용을 검토했다.4) 또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에서는 체포전담조 설치를 추진하고, 시위 진압에 전기충격 진압봉까지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코드 맞추기에 경제가 빠질 수 없다. 2008년 3월 26일 경찰청은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실에서 '경제살리기와 법질서 확립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어청수는 개회사를 통해 "선진 일류 국가를 만들고 경제를 살리는 것도 모두 법과 질서를 지키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올해를 '법질서 확립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이를 위해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함께 불법·폭력 시위에 대한 대응방식을 종전의 질서유지에서 법집행 차원으로 전환해 관련법과 제도의 개선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미디어오늘』의 조현호 기자는 "최근 정부가 잇따라 내놓고 있는 경제살리기 캠페인에 경찰까지 이런 식으로 나서는 건 자신의 직무를 벗어나도 한참 벗어났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 이런 경찰의 행보는 제 업무의 우선순위가 뭔지를 모르는 사치스런 행위로 느껴지는 것은 비단 필자만의 생각일까"라고 비판했다.5) 참고로 경찰이 경제살리기 세미나를 개최한 날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초등생 납치미수·폭행사건이 일어났다.
2008년 4월 29일 어청수는 '불심검문 불응 때 처벌'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관련법 개정을 강행하겠다고 밝혔고,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5월 13일에는 "촛불만 들면 문화제라고 착각하고 있는데, 현재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등의 모습은 분명 집회이기 때문에 불법 미신고 집회로 보고 주최자를 사법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광우병 괴담에 대해서도 내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6)
1980년대로의 회귀
촛불집회에 대한 어청수의 대응은 점점 강경해졌다. 2008년 5월 26일 어청수는 "(시위가) 치밀한 계획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사법처리 대상이 수백 명이 되더라도 반드시 처벌하겠다"고 말했다.7) 어청수가 단호한 의지를 피력한 직후인 2008년 5월 31일과 6월 1일 촛불집회 현장에는 물대포와 방패를 이용한 시위 진압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서울대 여학생이 경찰에게 폭행을 당하는 장면이 촬영돼 국민들의 공분을 일으켰다. 이때부터 어청수는 퇴진 압박을 받게 된다. 그러나 어청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2008년 6월 2일 경찰청을 항의 방문한 자유선진당 의원들이 "비폭력 시위를 강경진압할 수 있느냐"고 따져 묻자 어청수는 "무저항, 비폭력 시민이라고 하지 마라. 폭력 시민이었다"고 말했다.8) 경찰청장의 이런 인식은 시위 진압과정에 고스란히 전해졌고, 2008년 6월 10일에는 컨테이너 장벽을 이용한 '명박산성'이 등장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컨테이너 성벽은 이길범 경찰청 경비국장이 서울경찰청 경비부장과 함께 고안한 것이고 어청수는 장·단점에 대해 이야기를 해줬다고 한다. 어찌됐든 6월 10일 등장한 컨테이너 성벽은 국민과의 소통을 단절시키는 하나의 상징물이 되었다.
한때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며 한 발 물러섰던 어청수는 6월 23일부터 다시 강경기조로 돌아섰고, 6월 25일 집회에서는 12세 초등학생을 잠시 연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어청수는 "사진을 봤더니 덩치가 크고, 외모도 어른처럼 생겼더라. 초등학생처럼 안 보였을 것"이라며 현장 경찰을 두둔하는 발언을 했다.9)
이러한 강경기조는 6월 26일 경찰청 인권위원 전원이 사임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사임에 대해 한 여성 인권위원은 "전임 청장들 때는 일선 경찰서에서 인권교육도 하고 평택 미군기지 반대 등 주요 집회현장에 인권감시단으로 참여하면서 경찰과 시민 양쪽의 인권 문제도 논의하는 등 의미 있는 활동을 했다"면서 "어 청장 체제에선 단 한 번도 그런 제의가 없었다. 인권위원들을 걸개그림이나 핫바지로 보는 듯했다"고 말했다.10)
경찰 인권위원이 촛불집회에서의 경찰의 대응에 항의하며 전원 사임을 했을 때 어청수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1980년대식 강경진압을 한번 해볼까 싶기도 하다"는 발언을 했다.11) 그리고 바로 6월 27일 밤부터 방패와 진압봉으로 무장한 경찰이 시민들을 진압했다. 28일에는 민주당 강기정·김재균 의원이 의원 신분을 밝혔음에도 폭행을 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대한민국 경찰의 이러한 강경진압에 대해 국제 앰네스티에서도 나섰다. 앰네스티 국제사무국의 노마 강 무이코 조사관은 보고서에서 "경찰이 과도한 무력으로 진압하는 등 많은 인권침해가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 이 보고서에서는 공권력의 과잉 폭력과 평화시위자나 구경꾼을 연행해서 자의적으로 구금하는 행위, 집회를 주도했다고 의심되는 활동가에 대한 표적 탄압, 경찰이 시위대를 조롱하는 등 비인도적으로 대우하는 것, 구금 때 의료조처를 하지 않은 것 등을 대표적인 인권침해 사례로 지적했다.12) 그러나 어청수는 이 보고서를 인정하지 않았다. 21세기 대한민국의 현실이 이렇다니, 부끄러운 일이다.
시위 진압을 '중요시하는' 어청수는 노무현 정권 때 이미 시행하기로 되어 있던 전·의경 폐지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2008년 6월 23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전·의경이 빠진 상태에서 치안력을 현 상태로 유지하려면 2만∼3만 명의 경찰관이 보충돼야 하는데, 그러려면 수조 원의 예산이 더 필요하다. 국가 예산이 받쳐주지 못하면 경찰력 보완 측면에서 전·의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겨레21』 이순혁 기자는 계획대로라면 전·의경이 모두 없어질 때까지 1만 2000명의 순경만 채용될 예정이고, 경찰청의 한 해 예산이 6조 4000억 원 정도인데 순경을 늘린다고 수조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오히려 경찰의 인력구조를 효율적으로 고쳐 나간다면 인력 부족도 상쇄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13)
답답한 노릇
강경진압으로 어청수는 국민들과 야당 의원들로부터 퇴진 압박을 받았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어청수 퇴진을 요구했고, 광우병국민대책회의는 8월 29일 11만 4050명이 서명한 어청수 경찰청장 파면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또 '전국경찰 복음화 금식 대성회' 포스터에 어청수가 등장하고, 조계종 총무원장인 지관스님의 차량을 과도하게 검문한 것을 두고 불교계에서도 어청수 퇴진을 들고 나왔다. 불교계에서 두 차례나 대규모 집회를 열어 종교 편향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와 어청수 퇴진을 요구했지만 어청수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2008년 9월 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찰청 업무보고 자리에 나온 어청수는 "이유야 어찌됐든 15만 경찰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이런 (사퇴) 요구를 받는 것은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경찰 조직의 안정, 사기 문제와 연결된다"고 사퇴 요구를 거부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국민으로부터 경질이 백번도 더 된 청장에게 절절한 반성을 기대하고 업무보고를 받았지만 뭐가 그렇게 당당한가. 더 이상 업무보고를 받는다는 것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수치"라며 다른 민주당 의원들과 집단 퇴장했다.14)
아무래도 어청수는 앞으로도 한동안 경찰청장에 머무를 모양새다. 버티기가 능사는 아닐 텐데 '답답한 노릇'이다. <대자보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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