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HOME > 게시판 > 평군대문글
|
 |
| |
 |
|
 |
|
[정동칼럼]보수와 진보는 수렴할 수 있을까 /장훈 중앙대 교수·정치학 |
|
2012-02-03 07:57:31, Hit : 2473 |
|
|
 |
|
 |
요즘 여야 정당들이 4월 총선을 앞두고 내놓고 있는 일련의 정책변화들을 지켜보노라면, 언뜻 20세기 중반 영국 정당정치의 ‘위대한 합의의 시대’가 떠오른다. 지금은 노대국(老大國)이 되어버린, 영국의 정치가 마지막으로 탄탄한 정치안정과 경제안정의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고 있던 시절을 전문가들은 흔히 버스켈리즘(Butskellism)의 시대라고 부른다.
1950년대 보수당 정부 재무장관이었던 버틀러(Butler)와 뒤이은 노동당 정부의 재무장관이었던 가이스켈(Gaitskell)의 이름을 합해서 만든 버스켈리즘은 보수와 진보 정부 사이에 상당한 수준의 정책적 수렴과 합의가 이뤄져 있던 시대를 의미한다. 보수정부는 진보의 전매특허였던 복지정책을 과감하게 받아들였고, 진보정부는 과거의 급진적 반(反)시장 철학을 포기하고, 자본주의 체제가 영국 사회의 근간임을 인정하는 결단을 내리게 됐다. 이 같은 정책수렴을 바탕으로 영국은 이후 20여년에 걸친 장기호황과 정치안정의 황금시대를 누리게 됐다.
21세기 한국사회로 눈을 돌려보면, 우리 정치에서도 보수-진보의 이념적 수렴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먼저 보수세력의 경우,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최근 대대적인 정책이념의 선회를 시도하고 있다. 며칠 전 발표된 한나라당의 ‘국민과의 약속’(정강·정책)을 들여다보면, 과거에 시장경제, 개방과 경쟁이라는 말이 차지했던 자리에 이제는 성장과 복지의 병행, 공정한 시장경제라는 화두가 들어서있다. 다시 말해, 한나라당은 21세기 초반 국내외적으로 진행되는 커다란 위기에 직면해서 정책 좌표를 실용 보수주의로 잡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보수정당의 변화 움직임만으로 대타협과 수렴의 시대가 열리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두 가지의 장애물을 넘어야한다. 첫째 장애물은 한나라당보다 오른쪽에, 두번째 장애물은 상대편인 진보 정치세력 안에 도사리고 있다.
먼저 오른쪽 장애물. 한나라당이 복지정책, 공정한 경제 등을 정책 화두로 삼으면서부터 이른바 보수 세력의 한쪽에서는 볼멘소리가 이어져왔다. 이들은 표면상으로는 보수의 정체성이니 보수의 연속성이라는 말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경쟁 일변도의 시장경제라는 허상에 매달려 있는 완고하고 경직된 이데올로그들이다. 하지만 이들 이데올로그의 저항이 견고하게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무엇보다 세계경제가 혼란과 불안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요즘의 상황에서 또한 주요국 정부들이 앞다투어 사회통합을 위한 개입정책에 적극 나서고 있는 현실을 돌아볼 때에 경쟁중심의 시장경제라는 주장은 너무도 시대착오적이다.
이념적 수렴의 두번째 장애물은 진보 정치세력 내부의 노선 투쟁이 될 것이다. 4년간의 야당 생활을 거치면서 권력탈환의 의지가 드높아진 진보세력은 DJ계, 노무현계, 시민운동계, 기타세력 등이 모여서 민주통합당을 출범시킨 바 있다. 하지만 다양한 세력이 모여 있는 만큼 이들이 내놓고 있는 경제위기 대책, 복지정책 등의 스펙트럼은 실로 다양하고도 넓어 보인다. 재벌개혁, 한·미 FTA 이슈 등을 두고서 21세기판 홍(紅·이념)-전(專·실용) 대립은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다.
결국 조직 확대에 일차적으로 성공한 민주통합당의 미래는 당내에서 온건한 접근과 강경한 이념의 대립을 어떻게 정리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실용적 진보가 당내 주도권을 장악할 때에 비로소 우리는 보수-진보의 정책적 수렴의 가능성을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불안의 시대 위기감에 시달리는 유권자들에게 달콤하지만 극단적인 약속을 남발하는 무책임한 정치로 내려앉을 것인가? 혹은 우리 정치가 실용적이고 실현가능한 대안을 제시하는 등불이 될 수 있을지는 바로 여야 정당의 실용주의에 달려 있다. 오직 실용주의를 통해서만 우리는 대립과 분열을 넘어 타협과 공존의 시대로 들어갈 수 있다.<경향펌> |
|
|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