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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사이비 자유민주주의자’가 아니고서야 /최영태 교수·서양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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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12 07:04:56, Hit : 24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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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식민지 상태로부터 해방, 독립한 아시아 및 아프리카 국가들 대부분은 근대화와 서구식 민주주의의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볼 때 100개가 넘는 이들 국가 중에서 한국만큼 성공적으로 이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가고 있는 국가는 없는 것 같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중학교 국사교과서는 이 자랑스러운 한국 현대사를 짧은 분량이지만 비교적 잘 정리했다. 예를 들어 민주주의 발달사 부분에서 ‘4·19 혁명’과 ‘5·18 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을 각각 독립된 소항목으로 나눠 서술하고 있고, 또 다른 자랑거리인 경제발달사와 균형을 맞추고 있다.
이런 서술은 이미 현 교과서 집필의 지침이 됐던 ‘2009년도 역사 교과서 집필 기준’에서 예시된 바 있다. 4·19 혁명과 민주주의의 시련이라는 항목에는 ‘4·19 혁명’이라는 단어가 3회, ‘5·18 민주화운동’이 2회 나오고, ‘6월 민주항쟁’은 6월 민주항쟁과 민주주의의 발전이라는 소항목에서 다루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최근 발표된 ‘중학교 역사 교과서 집필 기준’에서는 ‘5·18 민주화운동’과 ‘6월 민주항쟁’ 등의 단어가 아예 사라져 버렸다.
이승만 정부와 박정희 정부를 설명하면서 사용한 ‘독재정치’와 ‘5·16 군사정변’이라는 용어도 폐기하고 대신 ‘독재화’라는 말로 교묘히 약화시켜 서술하도록 했다. 이러한 일련의 시도는 분명 역사왜곡을 시도하려는 세력의 조직적 음모가 있지 않고서는 일어나기 어려운 현상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번 ‘집필기준서’에서 서양의 자유주의 발달과 관련해서는 ‘프랑스 혁명’은 말할 것도 없고 19세기 프랑스에서 발생한 ‘7월 혁명’과 ‘2월 혁명’도 거론하고 있다는 점이다. 왜 외국의 자유주의 운동에 대해서는 이렇게 친절하면서 20세기 후반 전 세계에서 전개된 민주화운동 중 가장 역동적이고 성공적인 사례라고 말할 수 있는 한국의 민주화운동에 대해서는 내용을 축소, 왜곡하기 위해 안달인가?
한국 역사상 최초의 민주혁명이자 한국 민주화운동의 이정표가 된 ‘4·19 혁명’, 민주화를 앞당기는 정신적 동력이자 문화예술인들의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하는 ‘5·18 민주화운동’, 한국 민주화운동의 절정 ‘6월 민주항쟁’ 등은 외국의 교과서에 실려도 부족함이 없는 자랑스러운 역사적 사건들인데 말이다.
필자는 이번에 역사집필논쟁을 유발시킨 인사들 중 일부가 혹시라도 잘못된 역사관으로 그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애지중지하는 보수주의나 자유주의의 가치마저 오해하고 있는 ‘사이비 자유민주주의자들’은 아닌지 걱정된다.
19세기 서구의 자유주의자들은 절대 권력에 맞서 개인의 자유를 신장하고 대의제 민주주의를 쟁취한 혁명가들이자 변혁세력들이었으며, 현 서구의 보수주의자들은 이들 자유주의자들의 후예들이다. 그들은 나중에 출현한 사회주의에 맞서 기존의 자본주의와 자유민주주의체제를 고수하려 했지 결코 자유주의 혁명의 역사나 그 가치까지 부정하거나 왜곡하려 하지 않았다.
우리 역사에서 ‘4·19 혁명’과 ‘5·18 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은 민주화운동이면서 동시에 인류역사의 위대한 유산 중 하나인 자유주의의 가치를 크게 신장시킨 운동이었다. 이번 역사집필논쟁을 유발시킨 사람들이 ‘사이비 자유민주주의자들’이 아니라면 감히 ‘4·19 혁명’과 ‘5·18 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의 역사를 왜곡, 축소하려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려는 행위는 결국 실패로 돌아가고 만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경향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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