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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수의 고전중독] 부처님은 새똥에게도 너그럽다

2013-03-20 05:52:46, Hit : 2824

작성자 :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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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공이라는 사람이 절에 갔다가 참새가 불상 머리 위에 똥을 싸는 것을 보았다. 스님에게 물었다. “참새에겐 불성이 없습니까?” 스님: “있습니다.” 최: “그런데 왜 저놈들은 부처님 머리에 똥을 쌉니까?” 스님: “그럼 저놈들이 왜 독수리 머리에는 똥을 싸지 않을까요?”(<경덕전등록>) 부처님은 늘 새똥을 뒤집어쓴 모습으로 오신다. 그걸 알아본 참새에게 왜 불성이 없겠는가.

성어 ‘불두착분’(佛頭着糞)은 여기서 왔다. 구양수가 <신오대사>를 완성했을 때 사람들이 서문을 지어 붙이려 하자 왕안석은 “부처님 머리 위에 어찌 똥을 바르겠는가?”(佛頭上豈可着糞?) 하고 비웃었다. 그 뒤 ‘불두착분’은 ‘남의 책에 부족한 서문을 붙인다’는 뜻도 얻었다.

이황의 <퇴계집>에는 서문이 하나도 없다. 퇴계의 제자 정구에게 서문을 의뢰하자 그가 “어찌 불두착분하겠느냐”며 사양한 이래, 아무도 감히 서문을 못 썼다. 썼다 하면 그 글은 바로 똥 취급 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제자들은 퇴계를 독수리로 만들었다. <퇴계집>을 새똥 수준의 서문으로 뒤덮어야 그가 성인 되기에 부족함이 없는 것이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노태우는 자신을 코미디 소재로 삼아도 좋다고 했다. 농담 패러디 유머 코미디를 금하는 게 독재의 징표임을 깨달은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뒤 정치 코미디가 실종됐다. 개그콘서트 ‘용감한 녀석들’이 폐지되는 변을 당했고, 대구의 회사원은 트위터 글 때문에 불구속기소당했다. 검찰은 괄호 안에 패러디라고 쓰지 않으면 유죄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패러디라고 써주지 않으면 패러디인 줄 모른다는 자백을 한 것이다.

한국 코미디언들은 빨리 박근혜를 소재로 한 정치 코미디를 준비해놓는 편이 낫다. 지금 정치 코미디를 안 하면 그게 이 정부를 독재라고 모함하기 위한 음모라고 기소당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참고로 이건 패러디 아니고 진담이니까, 기소하고 싶으면 하라.

이상수 철학자 <한겨레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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