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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귀관들 형편 없어!" <군개혁에 바친 내 인생>

2007-11-08 03:35:11, Hit : 5846

작성자 : 표명렬

민간인 때 가졌던 정신을 뽑아버리고 군인으로 만들기 위해 실시한다는 기초군사훈련은 완전히 우리들을 쥐잡듯이 몰아세웠다. “귀관들 형편없어!” 분대장 생도의 앙칼진 목소리를 우리는 수없이 들어 귀에 못이 박힐 정도가 되었다. 이런 말은 내가 사관학교 입교 전에는 별로 듣지 못했던 생소한 용어다. 그러나 1학년 내내 하도 많이 들어서 그리고 상급생이 되어서는 하급생들을 향해 늘 사용하고 또 임관 후에는 내 자신 병사들에게 자주 내뱉다 보니 완전히 입에 붙어버렸다.


이 말버릇 때문에 곤욕을 치른 적이 많았다. 이문동 외대 앞 낮은 지대에서 전세를 살다가 대홍수를 만나 큰 고생을 치른 후 처음으로 조그마한 집을 구입하여 이사를 했다. 전세금을 반환 받지 않고 그냥 집을 비워주고 나갔더니 기한이 되어도 차일피일 돌려주지 않는 것이다. 퇴근 후 거의 날마다 찾아가 독촉을 했다. 그러나 조금도 미안한 기색 없이 뻔뻔스럽고 능글맞게 굴렀다. 성격이 급하고 단순한 내가 너무 화가 치밀어서 무심결에 “형편없는 놈!” 라고 내 뱉었다가 말꼬투리가 잡혀 채권자인 내가 완전히 수세로 몰렸다. 그의 부인이 “형편없다니!” 소리 지르면서 달려들어 내 멱살을 잡으려는 바람에 혼 줄이나 피해버렸다. 언제나 늘 그랬지만, 일을 저지르고 나면 아내가 뒷수습을 하느라 애를 먹었다.


이 버릇은 지금도 완전히 없어지지 않았다. 내 아들 또래만 되면 누구에게나 "애들"이라고 해서 책 잡힌 적이 많다.


“천하없는 사람도 일단 사병 계급장을 달게 되면 형편없어지는 거야!. 사병들은 느슨해지면 요령만 피우려 든다. 시간여유를 주면 안 되! 틈만 있으면 딴 헛생각들을 하니까, 그저 정신 못 차리도록 뺑뺑이를 돌려야 되!” 우리는 늘 이렇게 들어왔다.


일본점령군의 앞잡이 노릇하던 한국인 간부들이 한국인 출신 병사들에게 애정을 가진 것 아니냐하는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 더 혹독하게 대하던 부정적인 시각 그대로를 광복된 조국의 사병들에게도 적용하도록 교육받은 것이다.


이런 군대였으니 ‘군기’라는 이름으로 고참병들의 횡포는 끝이지 않았고, 부하들은 노예적 굴종만을 강요당했다. 오직 윗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한 겉치레의 고된 노역들이 미화작업이니 윗분에 대한 기본 예의이니 하며 끝없이 계속 되었었다.‘‘인권’ ‘자율’ ‘자존심’ 이런 것은 군대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들의 말장난이라고 치부해 버렸다.


겨울철이 되면 동상 환자가 속출했다. 겨울철 목욕도 하지 못하고 늘 군화를 신고 있어야하니 발가락 부분이 제일 많았다. 소대장들에게만 맡겼다가는 적당히 할 것 같아 나는 환자들을 전원 집합 침상 위에 세워놓고 발가락을 만져가며 심한 정도를 분류하여 다음날 이들을 이끌고 대대 의무실로 갔다. 군의관은 병사들에 대한 이런 나의 배려에 대해 매우 못 마땅한 표정이었다. 나더러 보라는 듯이 환자들에게 별 이유도 없는데 퉁명스러운 말투로 야단을 치더니 어리둥절하고 있는 내 곁으로 와“표 중위님! 사병들은 인간적으로 대하면 큰 일 납니다. 너도나도 꾀병 환자가 무더기로 쏟아지면 어떻게 감당하려고 이러십니까?” 목소리를 깔며 말했다. 나는 너무나 놀랬다. 그래도 군의관만은 타 장교들과는 다른 인간미가 있을 줄 알았는데. 한 술 더 뜨지 않는가.


‘국민을 위한 국민의 군대’ 운 운 , 말들은 거창하게 하였지만 바로 국민인 병사들은 그토록 무시 불신 당하고 멸시 천대 거지취급 받고 있었다. 어디를 가도 누구로부터도 대접받지 못하고 체이고 욕먹는 천덕꾸러기 들 이었었다.


6.25때 전투 경험이 있다는 고참 중위들은 늘 “군대란 원래 그런 거야. 졸병들에게 인정사정 주면 안 된다! 몽둥이가 제일이야!” 했다. 그게 될 말인가? 하는 나의 고민과 의문은 잠시일 뿐, “군대란 본래 그런 것인가 보다”하며 병사들을 향한 나의 입은 갈수록 거칠어지고 주먹질과 발길질은 습관화되어 멈출 줄을 몰랐다.


내가 98년 가을 ‘주부가 세상을 바꾼다.’라는 TV프로에 나가 특강을 한 적이 있다. 그 위력이 대단했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격려와 찬사와 안부의 전화를 받았다. 대개 여자 분들이었는데 그 중에 한 남자가 “반갑습니다. 저는 표 장군님께서 육사 졸업 후 소위 달고 처음 제11사단 수색중대 1소대장으로 부임했을 때 중대본부 병기계 근무했던 정 병장입니다. 그 때부터 크게 될 줄 알았습니다! 정말 똑똑했지요!”했다. 너무나 반가웠다. 나는 무심결에 “뭐가 그리 똑똑했습니까?” 물어봤더니 “사람 잘 팼지요!”라 하지 않은가. 나의 주특기는 주먹으로 병사들의 명치 치기였으며 기압 받는 중에 아무리 아파도 그대로 참고 있어야지 자세가 흐트러지면 더 혼이 났다고 한다. “형편없는 새끼들!” 하는 공포의 대상이었다고 한다. 그래도 군기만 잘 지키면 맞을 일이 없어 좋았고 인정 많고 뒷 끝이 없어서 인기가 대단했다고 했지만, 뒤 부분은 지어낸 말 같았다. 


이것이 바로 식민사관에 세뇌된 친일 세력들이 주도적으로 이끌어 온 군대의 사관학교에서 정규 교육받은 장교, 사단 내에서 제일간다는 모범장교의 열성적인 근무 모습이었다.


지금은 이런 간부가 없겠지만, 우리들의 후배들에게 분명히 가르쳐 주자. “귀관들은 정말 형편 있다. 귀관들을 맞이하게 될 부하들도 모두가 형편 있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원래 형편 있는 민족이니까!” 라고. 말이 씨가 된다고, 우리처럼 형편없이 되어버린  전철은 절대로  밟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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