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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마지막 회)

2007-10-31 10:19:14, Hit : 5689

작성자 : 표명렬
 

그 기자의 모습을 보고 참으로 암담했다. 울적한 마음을 달래느라 그 날은 술을 더 많이 퍼 마셨다. 돌아오는 길에 끊임없이 눈물을 흘리며 계속 노래를 불렀다. 내 사랑하는 딸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때 부르던 “나무야! 나무야 겨울 나무야!. 눈 사이 응달에 외로이 서서, 아무도 찾지 않은 추운 겨울을 바람 따라 휘파람만 불고 있구나!”를 되풀이 불렀다. 그때의 내 처지가 꼭 이런 노래의 주인공인 것만 같다는 슬픈 생각이 들었다. 삼청교육대에 끌려와 불안해하고 있는 사람들하고도 똑같은 신세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의 삶과 군, 그리고 개혁


사관학교 시절 같은 중대에서 4년을 함께 보낸 동기생을 만나 우리가 사관학교 다닐 당시의 생도교육의 문제점에 대해 실례를 들어 말했더니 “표 장군! 너는 생도 때 벌써 그런 심각한 생각을 하고 있었노?”하며 이해가 가지 않은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내가 조국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장교가 된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정훈 병과를 택하여 그 최고 책임자인 장군이 된 이유는 또한 어디에 있을까? 그리고 지금 주변 사람들은 모두 다 은퇴한 지 오래인데, 여기저기 다시면서 의식 혁신을 내용으로 하는 강의를 하도록 허락된 나의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런 나의 존재 이유와 자아 실현에 대한 답은 내가 육사를 지원할 때 그리고 생도시절에 품고 있었던 뜻이 아직도 변하지 않고 있음의 반증이라 생각한다.


그 주제는 ‘민족’이었다. 그것 때문에 육군사관학교에 다닌다는 사실이 너무나 자랑스러워 가슴을 크게 펴고 당당하게 활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이런 당당함, 그리고 포부와는 너무나 거리가 먼 생도 문화에 실망하며 “이건 아닌데!”하는 의문을 품고 끊임없이 고민했었다. 기대가 허물어진 공허함의 갈증을 풀기 위해 ‘민족일보’를 구독하기도 했으나 혼 줄만 났다.


임관 후에는 이런 나의 의문이 ‘정신 전력’이라는 개념으로 구체화되었다. 나의 존재 이유는 한국 군 독자적인 정신 전력을 갖추고 강화하는 일에 매진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아내의 말처럼 나는 정신 전력에 완전히 미친 사람이 되었다. 광주민중항쟁에 대해서 바른말을 했다가 강원도 현리로 쫓겨나는 귀양살이를 맛보기도 했다.


어렵사리 장군으로 진급은 되었지만 숨막히는 현실의 벽은 고난의 가시밭길이었다. “학생들은 전부 빨갱이들에게 놀아나고 있다”는 말을 받아 “조국의 미래는 어떻든 민주화로 나아가야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오늘, 이 현실에서 민주화를 위한 데모 한번도 안 해본 학생들이 장차 이 나라의 지도자가 되면 나라의 장래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사실 그들은 민주주의를 하자는 것 아니겠습니까?”라고 했다가 혼 줄이 나기도 했다.


광복 후엔 친일 세력들에 의해 군이 석권 당했다. 민주화 이후에도 오로지 입신영달에만 눈이 어두워 독재 정권을 열렬히 지지하던 기회주의자들이 그대로 나라의 각 분야를 독점하고 있었다. 나라꼴이 어떠했겠는가? 변화와 개혁을 갈망하는 국민들의 열화와 같은 지지에 힘입어 탄생한 참여정부에 들어선 후 이제 사 겨우 그때 내가 기대했던 바대로 민주 세력들이 전면에 나설 수 있게 되었음은 늦었지만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냉전수구 세력들의 집요하고 음험한 방해 공작은 결코 만만치 않다. 참여정부의 개혁에 대한 기대가 참으로 크다. 의식 개혁이 모든 개혁의 기초이며 토대이다. 의식이 개혁되지 않은 제도 개혁은 정착되기 어렵다. 참여정부의 개혁이 용두사미가 되는 우를 다시 범하지 말기를 충심으로 바란다. 


‘군대 개혁’을 이뤄내야 한다. 이는 단순한 몇몇 제도의 개선이나 병영생활의 민주화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군의 역사를 다시 써야 한다. 우리 군의 효시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우리 군이 지향해야 하는 이념이 무엇인지를 바로 세우는 작업에서 시작해야 한다. 자존심과 자신감을 가진, 민족 정기가 바로 선 ‘민족의 군대’를 만들어야 한다. 생명을 존중하고 인권이 살아 숨쉬는 군대를 만들자. 진정으로 국민과 함께 하는 군대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내가 이루어야할 마지막 소명이라 생각한다. 꿈을 꾸고 있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리고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이라는 충고도 듣곤 한다. 하지만 역사는 돌아보려는 자에게만 그 얼굴을 내민다. 역사는 언제나 도전하는 자의 몫이었다.





1.육사에 합격하다,(군개혁에 바친 내인생)
육사 훈육이 바뀌지 않으면 군개혁 없다. <개혁이 혁명보다어렵다 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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