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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 내무생활에서의 하댓말 없애기<군대개혁에 바친 내 인생>

2008-01-21 18:43:57, Hit : 4886

작성자 : 표명렬
“병장 계급장 달고도 일등병에게 물심부름 시킬 수 없고 반말도 못하면 그게 무슨 놈의 군댄가? 그렇게 군기 빠진 군대가지고 어떻게 전쟁할지 걱정이야!” “군대는 군대다워야 해! 옛날 우리가 군대 생활할 때를 생각하면 지금 군대는 군대도 아니야!”라 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옛날의 “군대”를 기준으로 볼 때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는 일제 하의, 군사독재시대의 군대를 모본으로 한 잘못된 관점을 기준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물론 소금이 짠 맛을 잃어버리면 소금이라 할 수 없듯이 군대가 전투를 목적으로 하는 본질적인 특성을 잃어버리면 진정한 의미의 군대라 할 수 없다. 사고 날까봐 두려워 훈련을 적당히 시킨다던지 너무 심하게 요구하면 어떤 엉뚱한 일을 저지를지도 모른다는 염려 때문에 부하들의 나태한 임무수행도 온정적으로 적당히 덮어주고 방치한다면 이야말로 군대도 아니다.


세계 어느 나라 군대이건 신병 훈련과정에서는 입대 전의 사회에서 가졌던 기존의 사고방식을 씻어내기 위해 잠시의 여유도 주지 않고 사정없이 다구치고 몰아세운다. 딴 생각이 비집고 들어올 수 없도록 철두철미 엄격한 규칙을 준수토록 강요 닦달한다. 미국군대, 이스라엘군대, 대만군대-- 다 마찬가지다. 입대 후 처음 4주간은 짐승 길 드리기 훈련처럼 무진 힘들고 고된 과정이다. 이는 군의 민주화 개혁과 관계없는 군고유의 영역이다. 기초훈련과정을 마치고 일반 부대에 배치 된 후에도 강인한 훈련과 철저한 임무수행은 훈련병 시절에 배우고 익힌 원칙 그대로다.


그러나 부대 내에서의 내무생활의 성격은 훈련소 시절과는 확연히 다르다. 군인을 만드는 용광로와 같은 그런 숨 막히는 긴장과정이 제대 시까지 계속된다면 어떻게 견뎌낼 수 있겠는가? 내무생활의 분위기는 명랑 여유롭고 자유로워 활력이 넘쳐야한다. 공적 임무수행과는 완전히 구별되어 개인의 자유시간이 확실히 보장되어야한다. 속박감과 억압적 분위기를 느낄 수 없어야한다. 이것이 정상적인 내무생활의 모습이다.


언어생활의 수준과 분위기를 보면 그 조직이 어떤 상태에 놓여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과거 군 생활했던 분들은 내무반에서의 언어가 얼마나 삭막 살벌하고 짜증스러웠는지 생각날 것이다. 상급자 마음 내키는 대로 감정풀이의 거칠고 경직된 단어들이 난무했다. 이런 어두운 언어 환경 속에서 병사들은 그야말로 죽지 못해 견디며 세월 가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짜식들, 병신 같은 새끼들, 거지같은 놈들, 웃기는 놈들, 형편없는 놈들 … 등 감옥소에서의 밥그릇 수를 내세운 고참 죄수들이 사디스트적인 횡포를 부릴 때나 사용될 법한 용어들이었다.


군대생활에서의 상하 동료간에 사용되는 언어의 품격은 내무생활 분위기와 인간관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말 한마디에 천양 빚을 갚는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 어! 다르고 아! 다르다.…” 남달리 애증의 정이 많은 우리민족에게 말은 인간관계에 있어 유의해야할 중요 부분이었다. 고참병 횡포 등 인격무시의 모든 문제점들은 잘못된 언어로부터 출발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정훈감 재직당시 인사참모부에서 주관하여 사회 전문가들과 함께 군 내무생활 개혁에 관한 세미나를 연 적이 있다. 나는 ‘내무생활 폐지에 관한 연구’라고 일부러 좀 쇼킹한 제목을 걸고, 구 일본 군대의 내무생활 문화를 탈피하여 새로운 시대에 맞는 내무생활 문화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그 목적과  방법 등에 대한 기본개념을 근본적으로 파괴하는 혁명적 패러다임 전환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우리사회의 조직 문화는 유교적 전통문화에 영향을 받아 수직적 경직성이 지나치게 강하다. 이는 직장의 상사, 학교의 선배나 집안의 윗사람에게는 꼭꼭 존댓말을 해야 하는 언어의 특성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특히 우리 군은 일본 군대문화에 찌든 분들이 오랫동안 주도하다보니 극단적 권위주의적 문화가 굳어져 부하에 대한 인격무시, 고참병의 횡포 등 고질적인 병폐가 끊임없이 일고 있었다.


그래서 난 특정 시험부대를 설정하여 공적 지시나 명령이 아닌 일상적인 내무생활의 자유시간에는 상하 동료 상호간에 반말(卑語)을 없애고 존칭어만 사용하였을 때 나타나는 현상에 관한 연구를 제안했다. ‘생각’은 ‘말’로 나타나고 말은 행위로 연결된다. 부하에 대한 ‘말’의 문화를 획기적으로 개혁함으로서 군대문화를 개혁하는 작업을 시험해보고 싶었다. 어린 아이에게 존대어를 사용할 때 상호 인격적 존중감이  형성될 수 있듯이. 상호간에 존대어를 사용한다면 보다 수평적인 인간관계가 성립되어 내무생활의 병폐가 많이 치유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를 관철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난관은 계급과 군기의 개념에 대한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점이었다.


상급자는 아무렇게나 말하고 하급자에게 아무 곳에서나 아무 때나 아무 일이나 시켜도 복종해야한다는 의식이 일반화되어 있었다. 내무생활의 자유시간 등 사적 영역에서는 사실상 계급의 의미가 없다. 부하에 대한 명령이나 지시는 공적인 업무에 한에서. 이를 발동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된 직책에 있는 자만이 가능하다. 병사들 간에 계급이란 분대장 반장 등 직책에 임명하기 위한 자격요건의 차례와  급여 등 대우의 수준을 정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군기는 군대의 생명이다.’ 맞는 말이다. 총탄이 비 오듯 하는 적진을 향해 돌격명령을 내렸는데 움직이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군기란 정해진 규칙을 지켜야할 의무와 책임에 관한 내용이다. 규칙을 위반했을 때 가해지는 벌칙의 엄정함을 말함이다. 군기가 헤이 해졌다는 말은 정해진 규칙을 지키지 않을 때의 이야기다. 상관 앞에서 쩔쩔매지 않는다고 혹은 상급자가 시키는 심부름이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군기가 서 있지 않다고 함은 옳지 않다.


나의 내무생활에서의 반말 없애기 운동 실험 제안은 당시로선 너무나 파격적인 발상이라 채택은 안 되었지만, 군대 사회학에 대해 조예가 깊은 서울대학교의 홍두승 박사는 매우 깊은 관심을 표명했었다. 이런 실험은 군대조직에서만 가능하다는 나의 주장에 그는 연방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2군의 어느 사단에서 위와 같은 실험을 한 적이 있었다. 확실히 부대분위기가 달라지고 여러 가지 바람직한 징조가 나타나기 시작했는데도 친일 독재의 고위 군 간부출신들이 “군대 망칠 짓이다”라 호통 치는 바람에 중단했다 한다. 그들이 생각하는 “군대란 무엇이냐?”의 개념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생간 문제였다. 국군 발전의 가장 큰 장애요소가 바로 이들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이 아직도 군의 원로라 대접받으며 군대를 자신들 시대의 잘못된 잣대로 재단하여 간섭할 수 있는 틈을 주고  있는 점이 문제다.


문민정부가 되자 “군대를 어떻게 개혁해야할 지”에 대해 관심들이 많았다. 한번은 ‘내일신문’의 홍장기 기자가 갑자기 찾아왔다. 군 개혁에 관한 특별 기사를 쓰기 위해 홍두승 박사에게 문의했더니 필자를 만나보라 하더라는 것이다.


민주화이후 난 신문 잡지 TV등에서 군 개혁의 방향에 대해 열렬히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개혁의 핵심 과제인 사관학교 훈육제도와 고급간부 평가 및 진급제도 개혁 등에 대해서는 15년이 다되도록 우이독경 그대로다.


꼭 그런 것은 아닐지 모르지만 누가 국군 통수권자가 되던 군대 장악은 걱정할 것 없다는 이부분에 대해서만 관심 가졌던지 김영삼 정권은 일단 과감 무쌍 속 시원하게 하나회를 척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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